미얀마 바다의 집시들
안다만 해의 다도해 지역에서 유랑 생활을 하는 모켄족. 최근 이들을 관광상품화하려는 미얀마 정부와 주변국의 계획 때문에 이들의 전통이 위협받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수평선 위에서 우리는 모켄족을 보았다. '카방'이라고 부르는, 손으로 만든 조그만 배들이 석양 아래 신기루처럼 아른거렸다. 그들은 낯선 사람들을 경계한다. 우리가 다가갔을 때에도 대열이 갈라지며 흩어졌다. 우리는 배 한 척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갔고 나는 그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모켄어로 크게 몇 마디 소리쳤다. 배가 속도를 늦추더니 마침내 정지했다. 무거운 침묵 속에 배들은 일렁이는 파도에 흔들렸다. 나는 모켄족의 배 위로 뛰어올랐다. 그들 영역에 침범하여 또 다른 세계를 엿보는 드문 특권을 누린 것이다. 그 세계는 모켄족이 속한 곳이며 약 4000년 전 중국 남부에서 이주해 온 것으로 추정되는 오스트로네시아인의 해양 유랑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를 거쳐 이주하였고 결국 17세기 말 다른 이주집단에서 분리되었다. 그들의 고향은 메르귀 군도이다. 즉 미얀마 근해의 안다만 해를 따라 약 400km에 걸쳐 산재해 있는 800여 개의 섬을 말한다. 수십 년 동안 해적과 미얀마의 군사 독재 정권 때문에 외부인들과 접촉이 차단된 세계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특별 허가를 받은 나는 모켄족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문화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기 위해 여러 해 동안 그들을 따라다녀 왔다. 이제는 나 역시 이곳 바다의 유랑민이다. '가차'라는 노인은 자신의 가족 배에 승선하게 해 주었으며 그들과 함께 다닐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내 간청을 들어주었다. 나는 이곳과 오랜 인연이 있다. 나의 아버지 피에르 이바노프는 1957년부터 모켄족을 연구했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몇 년 후인 1982년에 다시 그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나는 가차에게 이곳에서 그들과 함께 산 적이 있으며, 그들의 가장 위대한 샤먼과 친구가 되었고, 오랫동안 그가 들려준 신화와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해 기록해 놓았다고 말했다. 마침내 가차가 내게 빈랑나무 열매 한 접시를 권했을 때 비로소 그가 나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