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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의 격전지

미국의 남북전쟁은 미합중국 역사상 가장 의미가 깊고 희생도 컸던 전쟁이다. 뉴멕시코 주에서 펜실베이니아 주에 이르기까지 이 전쟁의 전적지가 개발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버지니아 들판 위로 불그스름한 회색빛 새벽 안개가 소리 없이 피어오르고 있다. 참호 여기저기서 병사들이 하품을 하며 이슬을 맞아 묵직해진 모직 군복을 털며 밤새 타고 남은 모닥불 위로 몸을 웅크린다. 누더기 군복에 라이플 총을 든 조지아 보병대 병사들이 어깨를 늘어뜨린 채 2열 종대로 걸어가고, 그 옆으로 탄약차가 덜컹거리며 지나간다. 그때 날카로운 총성이 아침의 적막을 깨뜨린다. "모두 엎드려!" 우리 지휘관인 중위가 놀라 소리친다. 북군의 전위대가 앞쪽 들판에 깔리고 그 뒤쪽에서 엄청난 병력의 북군이 물밀듯 몰려온다. 북군의 대규모 병력이 남군의 참호 한가운데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남군 병사들은 종이 탄약통을 이빨로 찢으면서 정신 없이 탄약을 장전하고 발사하지만 북군은 진격을 계속한다. 북군 장교들은 칼을 휘두르며 병사들의 진격을 재촉한다. 내가 제4 조지아 보병대에 입대한 것은 어제였다. 입고 있던 스웨터와 청바지를 벗고 동지 한 사람이 자동차 트렁크를 뒤져 가져다준 몸에 꽉 끼는 셸 재킷(등 부분이 짧은 남자용 예복)과 때가 묻어 뻣뻣해진 회색 바지로 갈아입고 헐어빠진 슬로치 햇(챙 넓은 소프트 모자)을 쓰고는, 남북전쟁을 재현하는 약 4000명의 동호인들 틈에 끼어 버지니아의 한 유서 깊은 농장에 왔다. 1864년 남북전쟁의 스폿실베이니아코트하우스 전투를 다시 체험해 보기 위해서다. 재현에 참여한 사람들은 학교 교사, 휴대전화 판매인, 역사 애호가인 10대들 그리고 배불뚝이 중산층 가장들이다. 그러나 북군의 새벽 기습으로 정신이 없는 지금, 21세기는 사라지고 우리 모두 지나간 세기의 또 다른 미국에 와 있다. 불타는 화약과 진흙벌의 냄새 속에 피와 포성이 난무하는 거칠고 낯선 장소에 와 있는 것이다. 색 바랜 군복을 입은 채 재현 참가자 캠프를 떠나 스폿실베이니아코트하우스 전투의 실제 현장까지 15km 거리를 차를 몰고 가면서 이러한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려고 애쓰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1번 국도를 따라 차가 밀리고 있다. 매연이 자욱한 도로변에는 주유소, 패스트푸드 가게, 자동차 판매점들이 늘어서 있다. 지금은 외곽 도시지만 옛날에는 조용한 마을이었던 스폿실베이니아로 들어서자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세븐일레븐 편의점 주차장 바로 뒤편에 있는 남군 묘지이다. 오늘날 남북전쟁 전적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리둥절해지곤 한다. 옛날과 엄청나게 달라진 모습과 마주치게 되기 때문이다. 소규모 농장들과 작고 소박한 주택들이 빠른 속도로 밀려나고 대신 대형 쇼핑몰들과 찍어 낸 듯 닮은꼴인 저택들이 들어서고 있다. 140년 전 전적지인 머내서스와 앤티텀, 게티즈버그는 지금도 전쟁을 치르고 있다. 남북전쟁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요즘 그 과거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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