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차카 불곰
구소련의 붕괴 이후 캄차카 반도에 살고 있는 불곰의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이곳 변경 야생지대에서 성행하고 있는 밀렵으로 말미암아 곰들의 생존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곰이 메트로놈처럼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어슬렁어슬렁 언덕을 올라간다. 이곳은 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간헐천계곡. 1~2주 전에 겨울잠에서 깨어난 녀석은 새봄에 돋아난 푸른 잎으로 배를 가득 채웠다. 졸음을 애써 참으며 비틀비틀 몇 미터를 걸어가 언덕 꼭대기 근처에서 털썩 쓰러지더니 커다란 머리를 앞발 위에 얹자마자 꿈나라로 빠진다. 기나긴 겨울이 끝나고 모든 것이 순조롭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봄이 찾아오면 캄차카 불곰(유라시아에서 가장 큰 곰)을 노리는 위험이 도처에 가득해진다. 구소련 시절 내가 캄차카 반도에서 자랄 때에는 군대가 반도(길이가 1200km에 달한다)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고 정부는 막대한 돈을 들여 야생동물을 관리했다. 당시에는 2만 마리나 되는 곰이 야생지대를 돌아다녔다. 소련이 무너지자 국제 스포츠 사냥이 이 지역에 선을 보였고 석유 시추와 천연가스 개발, 금광 채굴이 늘어났으며 물고기와 야생동물 밀렵이 판을 쳤다. 캄차카에 사는 불곰의 개체 수는 약 1만 2500마리로 줄어들었다. 내가 생물학자로 몸담고 있는 야생생물보호협회 같은 국제기관들이 러시아 야생동물 관리 전문가들을 돕고 있다. 하지만 잘사는 모스크바로부터 멀리 떨어진 이곳 러시아 변경의 야생지대는 여전히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어 곰의 미래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곰에 대해 저마다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사람들 손에 녀석의 운명이 달려 있는 것이다. 사냥 가이드에게 곰은 수입원이다. 과학자에게 곰은 러시아 자연생태계의 핵심이다. 밀렵꾼은 연어와 값비싼 연어 알을 놓고 곰과 경쟁을 벌인다. 순록을 몰고 다니는 유목민에게 곰은 영리하고 힘센 이웃이다. 곰의 생존 여부는 이들 중 누가 승자가 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