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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트에 매료되다

켈트어와 켈트문화는 변두리로 밀려난 덕분에 오늘날까지 유지될 수 있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아일랜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웨일스인들은 영어화되지 않은 지명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특히 북부와 서부 지역이 고유의 지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은 켈트어를 가장 잘 지키고 있는 전초기지인 것이다.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60만 명 정도가 웨일스어를 알고 있다. 이는 1960년대 이래로 웨일스어를 시위 구호에 썼던 민족주의 운동 덕분이다. 이 '옛' 언어는 학교나 술집, 식료품 가게, TV에서도 들을 수 있다. 웨일스의 영어 이름 'Wales'는 외국인을 뜻하는 앵글로색슨족의 'wealas'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는데, 요즘에는 반대로 웨일스인들이 영국인들을 외국인이라고 부른다. 언어 외에 웨일스 지역 켈트인들에게 뿌리에 대한 긍지를 심어 주는 것은 용맹스러운 과거다. 성벽 도시, 지붕이 무너진 교회, 나선 무늬가 새겨진 바위, 신성한 우물, 무너져 내린 언덕 위의 요새 등 그러한 역사의 증거는 무수히 많으며 이 모두가 켈트족이 지배하던 과거사를 대변한다. 웨일스 켈트인들의 열정을 가장 뜨겁게 타오르게 하는 역사는 모두 중세 시대의 것이다. 이 시기에 웨일스 지도자들은 영국 왕들의 침략에 저항했지만 결국 정복당하고 만다. 나를 태우고 남서부 웨일스의 타위 강 계곡을 따라 차를 모는 데이빗 피터슨은 영웅들의 시대를 마치 지금 막 입은 상처처럼 생생하게 느끼는 듯했다. 나는 피터슨을 브르타뉴 지방의 로리앙에서 열린 범 켈트족 음악제인 '로리앙 켈트족 축제'에서 만난 적이 있다. 머리를 하나로 묶고 있던 그는 웨일스 참가자들을 이끌고 온 대표였다. 그가 유니온잭(영국 국기)을 '도살자의 앞치마'라고 부르는 것을 듣는 순간 나는 사고뭉치 켈트인을 만났다는 걸 알았다. 켈트 문화 평론가이자 조각가이기도 한 피터슨은 최근 세워진 기념물 하나를 보여 주고 싶어했다. 웨일스인들의 애국심을 상징하는 기념비였다. 그는 전 헤비급 권투 챔피언의 아들답게 호전적인 기풍을 지녔다. 유유자적하게 계곡길을 달리며 그는 손가락으로 좌우를 가리켜 영국과 접전을 벌였던 전적지를 안내했다. 그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몇몇 마을의 영어식 지명을 웨일스어로 고쳐 부르기도 하고, 규모가 크고 잘 복원된 영국 성들은 무시한 채 웨일스 성의 폐허들만을 가리키기도 했다. 조그마한 목초지 옆을 지날 때는 이곳에서 영광스런 '코이드 차센' 전투가 벌어졌는데도 표지판조차 없다고 불평했다. 1257년 웨일스 군대가 이곳에서 헨리 3세의 영국군을 물리쳤다. "새 지도에는 전투지를 표기하지도 않았어요." 피터슨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곳이 역사적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당국의 뻔뻔함이란." 장이 서는 마을인 랜도베리 중심부에서 피터슨의 열변은 절정에 이르렀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경사진 길에는 무너진 성벽들과 전사 조각상이 서 있었다. 투구와 창, 낙낙한 망토, 방패, 날이 넓은 칼 등을 갖춘 전투복이 스테인리스로 조각되어 번쩍이고 있었다. 그러나 얼굴과 몸이 있어야 할 중세 군복의 내부는 텅 빈 공간이 대신하고 있었다. 높이 약 5m의 이 조각상은 피터슨이 '용감한 무명용사'라고 부르는 리웰린 압 그루푸드를 기리는 것이다. 1401년 영국군이 웨일스 저항군 지도자 오웨인 글린두르를 찾으러 습격했을 때 이곳에 있던 리웰린 경은 글린두르가 피신할 시간을 벌기 위해 적군을 다른 방향으로 유인했다. 속임수를 쓴 벌로 리웰린은 마을 광장에서 처형당했다. "영국군은 그의 위장을 꺼내 그가 보는 앞에서 요리했어요." 피터슨이 말했다. 텅 빈 망토는 이 끔찍한 죽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피터슨은 리웰린의 처형 600주년을 기념해 이 조각을 세우게 된 경위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의 아들 토비와 기드온이 지역 당국의 의뢰를 받아 제작했기 때문이다. 주차장으로 돌아와 보니 차 앞 유리에 50달러짜리 주차위반 딱지가 꽂혀 있었다. 피터슨은 딱지를 잡아 채고는 당국을 비난하더니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옛 웨일스의 혼령이 그의 어깨 너머로 내려다보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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