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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프턴로즈 전투

1862년 3월 버지니아 주 햄프턴 연안에서 전통과 신기술이 충돌하면서 해전의 역사는 바뀐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1862년 3월 초 어느 평화로운 토요일 아침. 누구도 본 적 없는 기이한 모습의 배가 수로가 합류하는 버지니아 주 노퍽 북부의 햄프턴로즈로 서서히 진입했다. 뱃머리의 철제 충각(衝角, 적의 군함을 떠받아서 침몰시키기 위한 장치)에서 뱃고물의 요란한 프로펠러까지 배의 길이는 약 83m. 거대하고 시커먼 전함에는 돛대도 돛도 없었다. 보이는 것이라곤 커다란 굴뚝 하나와 작은 깃발 몇 개, 별이 그려진 남부연합기뿐. 배는 제임스 강이 햄프턴로즈와 만나는 서쪽을 향해 전진했다. 그러자 강을 막고 있던 북군의 막강 전함 두 척이 전투 태세에 돌입했다. 솟아오른 돛대와 구름처럼 부푼 돛, 포열 갑판에 함포가 빗살처럼 촘촘히 늘어선 목조전함 콩그레스 호와 컴벌런드 호였다. 두 군함은 수백 년 동안 바다를 지배해 온 목조전함이었다. 콩그레스 호의 젊은 함장 조지프 스미스는 전투를 앞두고 대원들의 정신을 무장시키기 위해 기세 좋게 외쳤다. "제군들. 저기 덩치만 큰 괴상망측한 녀석이 보이나? 우리를 겁먹게 할 속셈이다. 포병 각자 위치로. 아군이 측면에서 일제히 발포하면 저 배는 우리 차지다!" 남군의 덩치 큰 괴물 버지니아 호는 계속 밀고 들어왔다. 적의 군함이 수백 미터 거리 안에 들어오자 스미스 함장은 20문이 넘는 현측 포에 발포 명령을 내렸다. 그 정도면 물 위에 떠다니는 그 어떤 배라도 침몰시킬 만했다. 그러나 버지니아 호는 달랐다. 버지니아 호에 맞은 포탄들이 산산이 부서지면서 마치 장난감 구슬처럼 튕겨 나왔다. 철갑을 두른 괴물의 현측에서 4문의 포가 포문을 여는 순간 질서 정연했던 북군의 배는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이 광경을 바라보는 스미스 함장의 눈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햄프턴로즈 전투, 즉 악몽의 시작이었다. 전투 첫날 남군은 신무기인 장갑포함을 먼저 햄프턴로즈로 보내는 경쟁에서 승리함으로써 목조전함을 격침시키는 전과를 올리고 북군에 치명타를 가하며 철갑선의 위력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버지니아 호의 전신이었던 메리맥 호는 원래 북군의 소형 목조전함이었으나 남북전쟁이 발발하자 남군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불태워 노퍽 항 연안에 가라앉혔다. 이것을 남부의 조선공들이 인양해서 선체와 기계장치를 재활용하여 장갑포함 버지니아 호를 건조했던 것이다. 북군도 목선 함대를 위협하는 남군에 대응해 장갑포함 모니터 호를 만들었다. 모니터 호는 모양은 우스꽝스러웠지만 놀라운 기술력의 산물로 세계 최초로 회전포탑을 장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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