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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로 덮인 사계절

해마다 900만 명이 즐겨찾는 그레이트스모키 산맥 국립공원의 평온함과 그 설립 배경에 깔린 역사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 가능성에 대해 알려준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산맥의 이름 하나는 세상에서 제일 잘 지은 것 같다. '그레이트스모키'는 살아 숨쉬는 울창한 숲에 자욱히 낀 안개와 폭포 위로 솟아오르는 물안개, 미국 남부지방의 부드럽고 따뜻한 공기를 연상시킨다. 또한 톡 쏘는 바비큐에 밀주 한잔을 들이킬 때의 느낌도 들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적인 이름을 누가 붙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푸른색을 뜻하는 체로키 인디언의 말 '시카네기'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과거 인디언 부족회의에서 피운 화톳불의 푸른 나무 연기가 이곳 산봉우리를 뒤덮었기 때문이다. 그레이트스모키 산맥 국립공원의 장점을 자랑하는 이들은 이곳의 대자연(미국 동부의 마지막 남은 처녀림)과 문명과의 근접성(미국 인구 중 3분의 1 이상이 분포한 동부 연안지역에서 차로 하루 거리)을 꼽는다. 그러나 이런 자랑은 말도 안 되는 역설처럼 들린다. 441번 도로를 타고 개틀린버그를 경유해 가장 혼잡한 공원 입구로 이어지는 진입로 양쪽에는 모텔들과 기념 티셔츠 가게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으니 말이다. 어떻게 이런 곳이 북아메리카 동부에서 손꼽히는 훌륭한 동식물 서식지와 웅장한 산세를 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441번 도로를 타고 국립공원의 울창한 잎들이 만든 터널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상에 왔음을 깨닫게 된다. 테네시 주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길게 뻗은 2100km2의 공원은 요세미티 같은 서부의 대규모 공원에 버금간다. 그러나 앤설 애덤스의 사진과 같은 경관을 기대한 관광객들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이곳에는 빙하도, 간헐천도, 심장이 멎을 정도로 멋진 계곡도 없다. 오래전 이곳을 찾은 작가 겸 민족학자 호레이스 케파트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지구의 갈비뼈나 척추와도 같은 웅장한 바위산은 이곳에 없다. 바위 턱조차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오랜 세월 침식된 태고의 산맥은 초록빛 양탄자로 덮여 있다. 스모키 산맥의 풍부한 동식물은 최근에 들어서야 드러나기 시작했다. 1997년부터 과학자, 동식물학자, 시민 자원봉사자들로 이루어진 합동 조사팀은 공원 내 모든 생물종을 찾아 내 분류하는 작업에 나섰다. 이 탐사는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야심차고 지속적으로 시행된 대규모 조사 작업이다. 그 결과 현재까지 1만 4000종이 집계되었으며 탐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들 중 600종의 생물은 과학계에 알려진 바 없는 새로운 종이며, 대다수가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소위 '폼나는' 녀석들이 아니다. 달팽이, 딱정벌레, 나방, 새로운 종의 조류(藻類)가 대부분이다. 과학자들은 이번 조사 결과 이 지역은 열대우림을 제외하면 지구상 어느 곳과도 견줄 수 없는 생물 다양한 생물종이 분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스모키 산맥의 모든 생물종을 합칠 경우 지금까지 찾아낸 생물종의 10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탐사팀의 일원인 키스 랭던에 따르면, 이 산맥이 거의 완전한 생물 다양성의 온상이 된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남북으로 뻗은 애팔래치아 산맥이 일조했다. 마지막 빙하기에 남쪽으로 이동해 온 많은 생물들이 안전한 이곳 계곡에 머무른 것이다. 또한 스모키 산맥은 지질학적 특성을 다양하게 지녔을뿐 아니라 멕시코 만에서 불어 오는 열대성 기류로 연간 강우량도 많다. 이 지역의 급격한 고도 변화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상대적으로 협소한 곳이지만 높이가 다양한 지역에 다양한 생태계가 분포한다. "이곳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올라가다 보면 마치 조지아 주에서 메인 주까지 걸어가는 기분이 듭니다." 랭던이 말했다. 실제로 조지아 주에서 메인 주로 길게 뻗은 지형 어딘가에서 자란 사람이 이 숲을 걷다 보면 아주 낯익은 풍경이라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자신이 살던 곳과 비슷하면서 좀 더 풍부하고 생기 넘치며 밀집된 곳이라는 느낌 말이다. 초원에는 벌 떼들이 웅웅거리고 솔송나무 숲에는 딱따구리 소리가 메아리치며 송어가 헤엄치는 시냇물 위에는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이 춤춘다. 마치 잘 가꾼 무수한 초원과 숲, 시냇물 줄기들이 이 신비로운 동부의 에덴동산에 고스란히 스며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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