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인스타그램 보기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키즈

매거진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루시의 아기

글 : 크리스토퍼 P. 슬로언 사진 : 케네스 개릿

인류 형성기에 살았던 세 살짜리 아기. 에티오피아에서 발굴된 이 아기의 화석이 유년기의 기원을 밝혀 줄 열쇠를 쥐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제어러세나이 얼렘서게드에게는 아이가 둘 있다. 하나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아늑한 오두막에서 엄마 품에 안겨 지내고 다른 아기는 330만 년 동안 사암에 묻혀 있던 세 살배기 여자아이다. 에티오피아 출신 과학자 제어러세나이와 그가 이끄는 발굴단은 이 아이의 유해를 발견하고는 조심조심 암석에서 분리해 냈다. 인류 형성기의 아이가 기나긴 세월 끝에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 정도로 오래된 아기 화석은 지금까지 발견된 것을 전부 모아 봐야 기저귀 하나에 다 쌀 수 있을 정도밖에 안 된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화석은 고대 인류의 아기 화석들 중에 가장 온전한 형태일 뿐 아니라,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화석 가운데 가장 상태가 좋은 것으로 추정된다. 320만 년 전 생존했던 여성으로 1974년에 발견된 화석계의 슈퍼스타 ‘루시’와 같은 종이다. 그러나 루시와 달리 이 아기는 손가락들과 한쪽 발, 그리고 온전한 상체를 갖고 있다. 제어러세나이는 말한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얼굴이 있다는 겁니다.”
한데 꾸리면 멜론만 한 이 뼈들이 인류와 인류의 조상을 일컫는 ‘호미닌’의 진화에 결정적이었던 사건, 즉 뇌가 성장하는 시기인 길고도 의존적인 유년기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설명해 줄지도 모른다. 이번 화석을 연구하고 있는 빌 킴벨은 이렇게 설명한다. “이 화석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어떻게 생활하고 성장했는지 밝혀 줄 단서가 될 수 있어 아주 중요합니다. 이제야 그들의 성장기를 읽게 된 거죠.”
엄마 품을 채 벗어나지 못하고 죽은 세계 최고(最古)의 아기가 아파르족 말로 ‘젖꼭지’를 의미하는 ‘디키카’ 지역에서 살았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하다르 지역은 루시를 비롯해 호미닌의 화석이 많이 발견된 곳으로 독특한 지형의  구릉지인 디키카는 아와시 강을 사이에 두고 하다르와 바로 마주보고 있다. 사자나 하이에나 같은 야행성 불청객들은 물론, 극심한 더위, 갑작스런 홍수, 말라리아, 그리고 이따금 발발하는 종족 간 무력분쟁까지 겹쳐 이곳의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디키카는 화석을 발굴하기에 가장 힘든 곳 중 하나다. 하지만 가장 많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99년 에티오피아의 신세대 고인류학자 제어러세나이는 에티오피아인들로 구성된 발굴단을 이끌고 아파르족의 땅으로 왔다. 발굴단은 2000년 12월까지 코끼리, 하마, 코뿔소, 영양 같은 포유류 화석은 많이 발견했지만 호미닌은 전혀 찾지 못했다. 그러나 라이프치히에 있는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제어러세나이는 발굴 지점을 제대로 잡았다고 확신했다. 발굴된 포유류는 고대 아와시 강 유역의 대상림(띠 모양의 숲)에서 번성했을 것이다. 초기 호미닌 역시 그곳에 살았을 것이다.
디키카의 원시림은 사라진 지 오래되어 발굴단은 12월 10일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 속에서 작업을 재개해야 했다. 희뿌연 경사면에 삐죽 내민 조그만 ‘얼굴’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틸라훈 게브라사레이시였다. 크기는 원숭이 얼굴 정도였지만 매끄러운 이마와 짧은 송곳니를 본 제어러세나이는 호미닌임을 직감했다. 금맥을 캔 것이다. 두개골도 완벽했고 딱딱한 사암 덩어리 속에 묻힌 상체 뼈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포토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