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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멕시코 국경지대

글 : 찰스 보든 사진 : 다이앤 쿡과 렌 젠셸

울타리를 잘 쌓으면 이웃과 잘 지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멕시코 국경을 따라 솟은 장벽은 인간이 쌓고 있는 담에 관한 좀 더 복잡한 진실을 말해준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1929년 봄. 패트릭 머피라는 사내가 애리조나 주 비스비에 있는 한 술집을 나섰다. 비스비에서 불과 16km 떨어진 멕시코의 국경 마을 나코를 폭파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다이너마이트, 고철 조각, 못, 볼트를 여행가방에 쑤셔 넣은 다음 농약 살포 비행기에서 투하했다. 소노라 주 나코를 차지하기 위해 전투를 벌이고 있던 멕시코 반군과 거래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비행을 마친 머피는 엉뚱한 곳에 폭탄을 떨어뜨렸다는 걸 알게 된다. 차고 하나, 광산회사 하나를 비롯해 주로 미국 땅에 있는 자산을 파괴하고 만 것이다. 하긴 거기도 분명 나코는 나코였다.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얘기도 있고 정신이 멀쩡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머피가 미국 땅을 공중 폭격한 최초의 인물 중 하나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어디나 국경선 근처는 분쟁과 충돌이 빈발하게 마련이다. 결국 울타리가 생기고 울타리는 점점 높아져 장벽이 된다. 인간은 담 쌓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담 때문에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웃은 물론 자신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벽을 쌓는 심리는 두 가지다. 땅을 정복하고자 하는 욕망과 땅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집에 문이 있고 자물쇠가 있듯 국경에 병사와 세관원이 상주하고 급기야 거대한 벽이 생긴다. 벽을 바라보는 우리의 심정은 착잡하다. 인간은 벽을 쌓고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가 멕시코 쪽 국경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장벽을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모래 먼지가 흩날리는 3141km의 국경에는 1990년대 이후 불법이민을 막기 위해 세운 울타리, 벽, 차량통제용 바리케이드 등이 군데군데 서 있다. 샌디에이고에는 14.5km에 이르는 이중 울타리를 둘렀다. 불법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넘어오는 애리조나 주에도 105km짜리 장벽이 설치되었다. 이민법 개정 추이에 따라 더 많은 장벽이 생길 수도 있다.
패트릭 머피에 관한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 애리조나 주 나코의 800명 남짓한 주민들은 10년째 4m 높이의 철벽 아래 살고 있다. 지금은 국가방위군까지 동원해 7.4km의 장벽을 40km 길이로 확장하고 있다. 뙤약볕 아래 구리 지붕이 번쩍이는 국경순찰대 초소는 이 조그만 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이다. 금속 장벽 건너편 멕시코 소노라 주에 속한 나코에는 약 8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술집 ‘게이 90’에서 흙먼지 날리는 주차장만 건너면 나코의 장벽이 버티고 있다. 술집에 모인 손님들은 대개 스페인어와 영어를 모두 구사하며 국경 양쪽에 친지가 있다. 이곳에 몇 년째 살고 있는 바텐더 재닛 워너는 먹고사는 데 걱정이 없는 운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벽을 따라 설치된 조명등 때문에 밤을 잃어버렸다. 경기장 조명등에 맞먹는 밝기로 밤이 대낮처럼 훤해 별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워너는 멕시코인들이 새로 생긴 철벽을 넘어와 맥주 한잔을 걸치고는 다시 멕시코 땅으로 돌아가는 걸 종종 본다.
이 술집은 얼마 남지 않은 업소들 중 하나다. 국경선 쪽으로 이어지는 상가 거리에는 문을 닫은 가게들이 즐비하다.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가 멕시코행 입국시설을 동쪽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술집 주인 레오넬 우르카데스(54)는 마음이 복잡하다. “처음 벽을 세울 때만 해도 괜찮은 생각 같았어. 멕시코인들이 차로 국경을 넘으면 국경순찰대가 추격전을 벌이곤 했으니까. 근데 흉물스럽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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