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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수비오 화산

글 : 스티븐 홀 사진 : 로버트 클라크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산인 베수비오 화산이 이탈리아 남부에 사는 주민 300만 명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AD 79년 대폭발 당시 폼페이가 매몰되었다.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음에 있을 폭발은 훨씬 더 위력적일 것이라고 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우레와 같은 폭발음이 캄파니아 평원을 뒤흔들고, 뒤이어 화산암들이 우박처럼 쏟아지자 두 남녀는 마을을 버리고 황급히 동쪽으로 내달렸다. 경사가 완만한 언덕을 오르며 둘은 언덕 위 숲 속은 안전할 거라 믿었을 것이다. 여자는 20세 정도였고 남자는 40대 중반이었다. 두개골을 박살내고 살을 녹여버릴 수 있을 정도로 달아오른 화산암이 부스러진 부석(浮石, 구멍이 숭숭 뚫린 화산쇄설성 화성암)과 뒤섞여 비 오듯 쏟아지며 둘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던 그들에겐 이 재앙이 세상의 종말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 순간,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들과 마찬가지로 사력을 다해 도망치고 있었다. 부드러운 화산재와 젖은 화산진흙 위로 수천 년간 묻히게 될 필사적인 발자국들이 찍혔다. 발자국이 북쪽이나 북서쪽을 향해 나있는 사람들은 살아남았겠지만 젊은 여자와 중년 남자처럼 오늘날 아벨리노 시가 있는 동쪽을 향해 발자국을 남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죽음으로 가는 길을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불행히도 곧 높이 1m의 부석에 깔리게 될 화산낙진 지대 한가운데로 뛰어든 셈이다.
신의 돌팔매질처럼 쏟아져 내린 화산낙진에 얻어맞은 데다 한참을 뛰어오느라 기진맥진해진 두 남녀는 주위를 둘러싼 어둠 속에서 공포에 떨었다. 숨을 쉬는 것조차 점점 힘에 부치자 둘은 천천히 걸음을 늦추기 시작했다. 그들이 어떤 관계였는지는 명확치 않지만 설사 부부가 아니었더라도 둘의 마음은 곤경을 겪으며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은 ‘카스텔 치칼라’라고 불리는 벼랑으로 이어진 언덕을 힘겹게 오른 둘은 결국 극심한 질식의 고통을 느끼며 고꾸라지고 만다.
“그들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을 겁니다.” 나폴리에 있는 베수비오 관측소의 화산학자 주세페 마스트롤로렌초가 말했다. 그는 나폴리대학교 인류학박물관의 조명이 잘된 작은 방에 전시돼 있는 유리 상자에 기대어 서 있었다. 상자 안에는 부석 더미 위에 누운 젊은 여자의 해골이 발굴되었을 당시의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화산폭발이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을 덮쳤을 때 사람들은 즉사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 채로요.” 여자의 유골을 발굴해 분석했던 인류학자 피에르 파올로 페트로네가 말했다. “하지만 이 여자의 죽음은 훨씬 비참했어요. 즉사한 게 아니거든요.” 결국은 부질없는 일이 되고 말았지만 목숨을 지키기 위해 두 남녀는 마지막 안간힘으로 팔을 들어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영원히 이 모습으로 굳어버렸다.
남녀의 유골은 1995년 12월에 발견될 때까지 쓰러진 그곳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당시 이탈리아 고고학자들은 베수비오 화산에서 북동쪽으로 약 16km 떨어진 산파올로벨시토라는 소도시 외곽에서 장차 가스관을 묻을 자리에 유적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그렇게 구덩이를 파던 중 개암나무 뿌리에서 인간의 유골을 발견했다. 바로 그 여자였다. 곧이어 여자의 유골 옆에서 남자의 유골이 발견되었다.
유감스럽게도 나폴리 주변의 쇠락한 소도시들에서 마피아 조직범죄가 되살아나고 있다. 그래서 공사 중 인부들이 유해를 발견하더라도 고고학자를 불러야 할지 강력계 형사를 불러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웃지 못할 경우가 생겨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해골이 발견된 자리가 부석으로 뒤덮인 울퉁불퉁한 화산암반이라 이것만 가지고도 이들의 사망 시기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었다. 화산학자들은 암석층을 분석해 지질의 생성년도를 알아내기만 하면 되었다. 페트로네와 마스트롤로렌초는 유골이 발굴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암석 분석작업을 진행시켰다. 페트로네가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고, 당국은 그에게 단 이틀의 유골 수습 시한을 허용했다. “우리가 이 유골을 건질 수 있었던 건 정말 기적입니다.” 페트로네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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