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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가

글 : 매튜 티그 사진 : 에이미 톤싱

이 섬나라는 오랜 전통을 지키면서 문맹률이 1%밖에 안되는 등, 현대화 또한 많이 이루어졌다. 그런 지금, 남태평양의 마지막 군주국가에서 민주주의가 태동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방서모를 쓴 왕궁 근위병들은 구부정하게 서서 발만 내려다봤다. 얼굴은 모자챙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자갈길 밑에서 핑계를 찾기라도 하듯 한 명이 군화로 자갈을 쓱 쓸어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요.”
통가의 왕세자가 알현을 허락한다고 전갈을 보낸 건 그날 이른 아침이었다. 지금은 해가 중천에 뜬 시각. 우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왕궁 진입로 위에서 공연히 헛기침을 하거나 자갈길을 저벅저벅 밟으며 명이 내리기만을 기다렸다.
왕세자의 저택은 왕국의 상당 부분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통가는 세계에 몇 남지 않은, 그리고 태평양에서는 마지막 남은 진정한 군주제 국가다. 국민의 사랑을 받던 연로한 왕은 여름이 시작될 무렵 뉴질랜드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이제 그의 아들이 왕위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
투푸토아 왕세자는 바닷가 옆에 있는 왕궁에서 살 수도 있지만 언덕 위에 흉하게 서 있는 성채를 더 좋아한다. 통가인들은 대리석 기둥들이 늘어선 이 신고전주의 양식의 저택을 ‘빌라’라고 부른다.  마침 내가 찾아간 날 근위병들이 왕세자의 자동차들을 세차하고 있었다. 날렵한 재규어와 SUV 한 대, 그리고 검은색 런던 택시도 있었다. 왕세자가 영국에서 택시를 보고 온 뒤 한 대를 수입했다고 한 근위병이 내게 설명했다.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르는 것 같기에 내가 왕세자에게 물어봐 주겠다고 약속했다.
빌라에서 시작된 넓은 흰색 진입로는 분수와 근위병 초소를 지나 언덕 아래 도로까지 뻗어 있었다. 이 도로는 덥고 먼지투성이인 통가의 수도 누쿠알로파로 이어진다. 통가의 인구 10만 명 중 3분의 1이 이 도시에 살고 있다.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언덕 기슭에서 한 여인이 나중에 다른 물건과 바꾸기 위해 야자 잎으로 빗자루를 만들고 있었다. 통가에선 아직도 많은 거래가 물물교환으로 이루어진다. 도시 쪽으로 좀 더 간 곳에 노란색 음식 가판대에 “위선이 아닌 민주주의를!”이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길을 더 따라가자 세월을 잊은 듯한 왕가의 묘지가 드넓게 펼쳐졌다. 묘지에선 왕의 죽음에 대비해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왕세자의 저택에선 보이지 않는 섬의 쓰레기 하치장이 있다. 빈민들은 이곳에서 쓰레기를 주워 연명한다.
현재 통가 평민들 사이에서 군주제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방 세계의 개입으로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다른 여러 나라들과 달리 통가에서는 자생적으로 민주주의가 싹트고 있는 것이다. 이 싹은 항공 여행이 보편화되고 신기술이 보급되면서 급작스레 밀어닥친 현대화 물결을 토대로 성장했다. 지리적 거리는 더 이상 이데올로기의 고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통가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과거와 미래, 군주제와 민주주의, 고립과 세계화 사이에서 과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방서모를 쓴 근위병이 총총걸음으로 왕궁에 들어가더니 몇 분 뒤 돌아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전하가 주무시는데 아무도 깨울 엄두를 못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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