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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우주망원경

글 : 티모시 페리스

발사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허블 우주망원경이 머나먼 우주에서 갓 찍은 관측 자료들을 지구로 보내오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온대 지방에 사는 사람은 황혼이나 동틀 무렵의 맑은 하늘에서 비스듬히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며 600km 상공을 돌고 있는 위성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중 보통 별처럼 보이는 점 하나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처럼 뭔가에 홀린 듯 총총히 하늘을 가로지른다. 우주 상공에서 쉼없이 지구 주위를 선회하는 이 위성은 지구 대기의 움직임 때문에(지구 대기의 교란 현상을 피하기 위해 대기권 위에 설치됐음) 주춤거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모습이 허블망원경의 초기 활동 양상과 매우 흡사하다. 허블망원경은 발사부터 여러 차례 지연되다가 마침내 궤도로 올라간 후에도 가까운 거리만 관측할 수 있는 근시안 망원경으로 판명됐다. 그래서 여러 차례 우주왕복선을 발사해 수리하고 보수한 후에야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학 장비로 거듭날 수 있었다. 허블은 그 어느 천체망원경보다 주목을 많이 받았고 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 망원경을 통해 우주를 보았다. 과학자들은 허블의 관측 자료에 환호했고 허블이 보내온 성단, 성운, 은하 등의 아름다운 영상들 덕분에 이 망원경의 이름(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에드윈 허블의 이름을 땄음)은 구글만큼이나 유명해졌다.
이처럼 무인 망원경이 과학의 상징이 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허블은 과학혁명을 일으킨 과학 장비, 특히 망원경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학을 위대한 사상을 내놓은 위대한 인물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패러다임은 주로 철학자들의 책에서 지식을 얻곤 하던 과학혁명 이전 시대의 유물이라 할 수 있다. 실제 과학은 관념적 주장보다 과학 장비를 이용한 관측을 우선시한다. 과거 지구 중심 우주론이 지배하던 시절, 갈릴레오가 천동설의 맹점을 폭로할 때도 관념적 주장보다 망원경으로 관측한 객관적 자료들이 더 설득력을 발휘했다. 뉴턴의 운동법칙이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은 이유도 이론의 정연함보다는 이론으로 예측한 천체의 움직임을 천문학자들이 관측으로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갈릴레오와 동시대 사람인 요하네스 케플러는 과학 장비를 이용한 관측이 여러 세기에 걸쳐 계속된 무지한 탁상공론을 쓰레기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다. 그는 망원경을 가져본 적이 없는 수학자였지만, 한 송시에서 망원경을 “많은 것을 아는 경통이여, 왕의 홀보다 귀하구나”라며 갈릴레오의 혁신을 칭송했다.
허블은 케플러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갈릴레오의 망원경과 같은 존재다. 이 두 명의 초기 과학자가 오늘날 환생한다면 허블의 정교한 기술보다는 허블이 보내온 관측 결과로 낡은 개념들이 새롭게 수정되고 이것이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에게 퍼져나가는 모습에 더 감동할 것이다. 과학의 주목적은 항상 지식을 유용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또한 이것이 바로 천체물리학자이자 고산등반가인 라이먼 스피처 2세가 취했던 입장이기도 하다. 그는 허블이 발사되기 거의 50년 전, 그리고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디지털 이미징, 통신시스템, 우주왕복선 등 허블을 가능하게 했던 많은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지기 훨씬 전인 1946년에 거대한 천체망원경을 우주로 쏘아 올릴 것을 제안했다. 스피처는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기존의 천문학적 개념들을 바로잡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개념들을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성능이 우수한 혁신적인 과학 장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 대한 현재의 개념들을 보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 상상도 하지 못한 새로운 현상을 발견해 시공간에 대한 우리의 기본 개념 자체를 크게 바꿔놓을 것이다”라고 그는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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