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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카우보이

글 : 로버트 드레이퍼 사진 : 로브 켄드릭

카우보이들은 거친 환경 속에서 쉼없이 일하는데도 보수가 얼마 안 된다. 그런데도 이들이 그 삶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웨스 마이너(28)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말에 안장을 얹으면서 자신이 관리하는 소들을 살필 채비를 한다. 이 순간 마이너가 결코 보고 싶지 않은 게 하나 있는데, 다름아닌 커다란 검은 새다. 까마귀나 쇠콘도르를 딱히 싫어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녀석들이 불길하게 하늘을 맴돌거나 자신이 다가가는 소리를 듣고 덤불에서 후닥닥 흩어지는 모습을 보면 돌보고 있는 소들 중 한 마리 이상이 죽은 게 아닌가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소들이 어이없이 죽는 경우가 있다. 4년 전 마이너가 미국 아이다호 주에서 일할 무렵에도 요란한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나무 아래 모여 있던 소 열두 마리가 한꺼번에 죽은 일이 있었다. 그 불운의 흔적인 허옇게 바랜 뼈가 몇 년이나 방목장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현재 마이너가 일하고 있는 몬태나 주 남서부의 목장에서는 여우가 야심한 밤을 틈타 송아지를 흔적도 없이 잡아먹기도 한다. 암소 한 마리는 늪에 빠져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마이너가 어쩔 수 없이 사살해야 했다. 한 살배기 송아지가 독이 있는 참제비고깔 꽃을 따먹고 4시간 만에 쓰러져 죽은 일도 있었다. 자연은 생명을 주었다가 한순간 앗아가 버리기도 하지만 웨스 마이너는 이제 그런 자연의 변덕에 익숙하다.
“정말 견디기 힘든 것은 병으로 여러 마리의 소를 한꺼번에 잃는 거예요.” 이 카우보이는 우수어린 눈빛으로 말한다. “좀더 잘 보살폈더라면 그런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죄책감이 들거든요.” 웨스 마이너와 같은 카우보이들은 말 타기, 올가미 밧줄 던지기, 카우보이 막사의 거칠면서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들의 세계에도 손익을 계산하는 순간이 있다. 매년 10월 말이면 마이너는 보수를 받고 관리하는 소 4100마리를 축사에 몰아넣는다. 그러면 소 주인들이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픽업트럭을 타고 나타나 자신들의 재산인 소의 수를 세고 검사한다.
마이너가 일하는 스노우라인 목장 같은 고지대는 기온이 영상 26℃에서 영하 13℃까지 일교차가 심해 소들이 폐렴에 걸릴 위험이 늘 있다. 말을 타고 소떼 사이를 돌아다닐 때마다 마이너가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도 바로 폐렴 감염 여부다. 쌀쌀한 날씨에 호우까지 겹쳐 소 몇 마리가 폐렴에라도 걸리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폐렴 증세는 발견 즉시 치료해야 한다. 수많은 소들 속에서 귀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송아지를 발견하면, 마이너는 말을 몰아 녀석을 다른 소들과 분리시키고 올가미 밧줄을 던져 단숨에 그 송아지를 잡는다. 그러고는 바로 안장주머니에서 폐렴 치료제 ‘누플로’를 꺼내 녀석에게 주사한다. 카우보이가 능숙하기만 하면 송아지는 아무런 낌새도 못 채고 다른 송아지들에 합류하고 10월 말에는 주인이 흡족해할 만한 270kg에 달하는 건장한 소로 자란다.
주인들이 고마워하며 살찐 소들을 가득 싣고 떠나면 소들을 모두 별 탈 없이 주인에게 넘겨줬다는 생각에 마이너는 가슴이 뿌듯하다. 하지만 그런 기분도 그날 저녁뿐이다. 이튿날 아침이면 눈앞에는 차라리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 펼쳐진다. 풀을 뜯는 소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텅 빈 방목장. 마치 죽음이 휩쓸고 지나간 듯 황량하다. “마지막 2-3주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정말 정신없이 일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언덕을 쳐다보면, 말들만 덩그러니 있고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허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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