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의 산불
글 : 닐 셰이 사진 : 마크 시슨
미국 로키 산맥에서 캘리포니아 주 해안에 이르기까지 산불이 더 크게, 더 뜨겁게, 그리고 인가 가까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 서부는 왜 화염에 휩싸이는 걸까?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젊은이들이 전나무와 폰데로사소나무 아래 허벅지 높이로 자란 잡초를 헤치고 나가면서 침착하게 불을 지른다. 그들은 토치램프를 들고 다니며 불붙은 휘발유와 중유를 분사한다. 가벼운 손놀림에 주위가 화염으로 시뻘겋게 물든다. 새로 붙은 불이 잡초 사이로 스르르 번져 늘어진 나뭇가지에 옮겨 붙는다. 몇 분에 하나씩 전나무에 불이 붙고, 거센 불길이 로켓 발사 때처럼 요란한 소리와 섬광을 일으키며 나무를 집어삼킨다. 순식간에 상황이 종료되고 타다 남은 나무에서는 연기만이 피어오른다.
이 젊은 소방관들은 이런 일을 아주 즐긴다.
“나무를 죽인 거야?”
활짝 웃는다. “응.”
“소리 한번 죽여주는군.”
7월의 어느 토요일 오전 11시, 미국 아이다호 주가 화염에 휩싸였다. 현재 이곳은 미국의 그 어느 곳보다도 대형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다. 연기 기둥이 아이다호 전역을 뒤덮었고, 곳곳에 대피령이 내려진다. ‘럭키’라는 이름이 붙은 이번 산불은 아이다호의 주도 보이시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보이시 국립산림지를 태우고 있다. 서부에서 발생한 수많은 산불과 마찬가지로 번개 때문에 발생한 럭키는 2주 만에 550여ha를 태웠다.
소방관들은 토치램프와 맥주캔만 한 조명탄으로 몇 시간 동안 불을 지른다. 이론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맞불을 놓으면 산불의 진로에 있는 ‘연료’를 제거해 불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산불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산불은 어떻게든 번져나간다. 더구나 맞불은 위험하다. 맞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비난을 받은 소방관도 많다.
늦은 오후, 소방관들은 빙 둘러서서 자신들이 해 놓은 일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그들 앞에는 검게 탄 숲이 펼쳐져 있다. 갑자기 위쪽 언덕 중턱에서 굉음이 들리더니 땅이 흔들린다. 큰 나무가 쓰러지면서 시커멓게 탄 뿌리가 보인다. 그래도 소방관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들은 웃고 떠들며 도끼에 몸을 기댄다. 그때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 북쪽에서 산들바람이 분다. 소방관들이 웃음을 멈추고, 고개를 든다. 빨갛게 달아오른 잿불이 작은 소이탄처럼 머리 위로 날아올라 아직 타지 않은 숲으로 떨어진다.
“제기랄.”
그들은 무모하게 맞불을 놓았다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를 바라며 바람에 날려간 불씨를 찾아 서둘러 풀숲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소방관들이 하나둘 풀숲에서 나와 맞불 작전의 성공에 흡족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