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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네오 섬의 우림

글 : 멜 화이트 사진 : 마티아스 클룸

전기톱 소리와 산불 연기속에 자욱한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있다. 수많은 야생동식물의 보금자리가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다. 야자유 농장 개발 속도를 늦출 수만 있다면.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그럼 여러분들이 꿈꾸는 보르네오 얘기부터 해보죠.

 

동도 트기 전 긴팔원숭이들이 소란을 떤다. 우림의 자명종인 양 울어대는 녀석들 때문에 새벽 댓바람부터 하루가 시작된다. 연인을 부르는지, 적수에게 으름장을 놓는지 녀석들이 다급히 끽끽댄다. 난 녀석들의 ‘사촌’뻘인데도 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캠프에서 나와 오솔길을 따라 숲으로 들어가니 아름드리 나무들이 울창하다. 밑동에서 30m나 올라가야 첫 가지가 뻗어 나온다. 하늘을 뒤덮은 빽빽한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게잡이원숭이 한 마리가 냇가를 어슬렁거린다. 아침거리로 고기나 개구리를 잡아볼 요량인 게다. 녀석이 상류 쪽으로 사라지는가 싶더니 짧은꼬리몽구스 한 쌍이 둑에서 냇가로 뛰어 온다. 먹이를 찾는 게 아니라 놀러 나온 모양이다.

 

코뿔새 한 쌍이 푸득거리며 나무에 앉더니 과일을 쪼아 먹는다. 칠면조 정도 크기에 몸 전체가 거의 새카만 털로 뒤덮였고 부리에 달린 빨갛고 노란 큼지막한 돌기가 햇빛에 빛난다. 숲속에서 이 새를 능가할 자태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어디선가 손바닥만 한 녀석이 허리께에 등장한다. 녀석은 주홍, 진초록으로 아롱진 새까만 벨벳 같은 날개를 팔랑거리며 날아간다. 고혹적인 자태에 걸맞게 이름도 ‘브루키아나 왕나비’다. 이 녀석은 너비가 18cm로 세계에서 가장 큰 나비에 속한다. 코뿔새를 보고도 숨이 멎지 않고 브루키아나 왕나비를 보고도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살아 있는 게 맞는지 맥이라도 짚어봐야 하리라.

 

잠시 후 키나바탕간 강에 작은 보트를 띄운다. 처음엔 강폭이 널찍하더니 어느새 샛골목처럼 좁은 지류로 바뀐다. 머리 위에선 코주부원숭이 한 무리가 나무를 탄다. 냇가 키다리 나무에서 밤을 지낼 참이다. 배가 볼록 나온 수컷의 코는 크다 못해 가지에 매달린 농익은 과일처럼 덜렁거린다. 어찌나 우스꽝스러운지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다. 녀석이 주변 동태를 살피고 코끝이 뾰족한 암놈들은 새끼를 품에 안고 있다. 실버랑구르 원숭이들이 위에서 내려다보고 숲에선 수염멧돼지 한 마리가 우릴 지켜본다. 보트는 나뭇가지 아래로 물살을 따라 떠내려가고 길이가 2m 나 되는 물왕도마뱀이 첨벙 물속으로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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