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털 궁전
글 : 닐 셰이 사진 : 카르스텐 페터
멕시코에서 동굴 탐험가들이 극한의 환경을 이겨내고 천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캄캄한 밤, 사막의 어느 작은 마을. 텅 비다시피 한 술집에서 키 작은 사내가 술에 취한 채 물건을 팔고 있다. 옆엔 야구장 홈베이스만 한 바위 덩어리가 당구대 위에 놓여 있다. 자수정과 백수정이 유리 파편처럼 바위 위에 삐죽 튀어나와 있다. “자, 300달러에 모십니다.” 그가 말한다. “아무도 없소? 그럼 100달러! 거저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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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로 유명한 이 외딴 마을은 멕시코 북부의 광산 도시 치와와에서 남쪽으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다. 주민 대부분이 납광과 은광에서 일하지만 급료가 너무 적어서 크리스털 암거래에 손대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30달러, 어떻소?” 그가 내쪽으로 머리를 들이대고 소곤댄다. “그럼 10달러.” 술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다. 그날 낮 나는 이 술집 지하 깊숙이 뚫려 있는 동굴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크리스털 기둥들이 만들어낸 넓고 빽빽한 숲 사이를 기어 다녔다. 기둥 중엔 길이가 10m 이상이고 50만 년이나 된 것도 있었다. 어찌나 맑고 반짝이는지 이 세상 물건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런 걸 본 이후인지라 당구대 위에 놓인 원석이 하찮아 보이기만 했다.
스페인어로 ‘크리스털 동굴’이란 뜻인 쿠에바데로스크리스탈레스에서 발견된 것보다 더 거대한 크리스털은 어디에도 없다. 2000년 멕시코에서 매년 납과 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광산 중 하나인 나이카 광산의 지하 300m에서 굴착 작업을 하던 두 형제가 이 석회암 동굴과 번쩍이는 크리스털 기둥들을 처음 발견했다. 형제는 자신들이 발견한 것을 보고 놀라긴 했지만, 이런 동굴을 발견한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지질 운동으로 납과 은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크리스털의 원료도 같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전에도 나이카에서 이 동굴보다 규모가 작은 크리스털 ‘방’들을 광부들이 우연히 발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거대한 크리스털로 가득한 동굴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어마어마한 크리스털이 생성되었는지 궁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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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차를 타고 꾸불꾸불한 광산 갱도를 20분쯤 내려가면 크리스털 동굴 입구가 나온다. 보통 동굴이나 광산 내부는 서늘하고 온도가 일정한 편이지만 나이카 광산은 깊이 들어갈수록 온도가 높아진다. 광산 밑으로 (지표에서 1.5km 아래) 마그마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광산의 크리스털 동굴 내부 온도는 최고 44℃까지 치솟고 습도는 90~100%에 이른다. 그래서 열사병으로 쓰러질 위험이 높다. 입구에 도착할 무렵이면 모두들 땀에 흠뻑 젖어 있다.
동굴 안에 들어갈 채비를 갖추는 것은 우주 유영을 위해 장비를 챙겨 입는 것과 비슷하다. 먼저 아이스팩 열두 개가량을 가슴과 등판에 주머니처럼 달아놓은 조끼를 입는다. 그리고 또 조끼를 덧입어 아이스팩을 열기로부터 차단시킨다. 그런 뒤 몸 전체를 덮는 주황색 탐험복을 입는다. 헬멧과 헤드라이트, 냉각된 공기가 나오는 호흡기를 착용하고, 장갑을 끼고, 장화도 신는다. 이렇게 ‘완전 무장’을 하고 들어가도 동굴 속 열기는 사람을 탈진시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 동굴 탐사 시간은 총 20분을 넘지 않는다. 이탈리아 탐사팀 라벤타 소속 물리학자인 지오반니 바디노가 우리를 안으로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