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의 목소리
글 : A. A. 길 사진 : 빈센트 J. 무시
시칠리아에 남아 있는 오싹한 미라들은 삶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이탈리아 팔레르모 공항의 정식명칭은 ‘팔코네-보르셀리노’다. 무슨 피자집 이름 같기도 하고, 이탈리아 위인 중에 이런 사람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팔코네와 보르셀리노가 누군지 모른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사실 이 둘은 오랫동안 시칠리아 섬을 지배해온 마피아 조직에 용감히 맞서 싸운 판사들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둘 다 암살로 생을 마감했다.
시칠리아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 앞에선 마피아에 대한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 시칠리아 내부의 사정이지 외부인들이 참견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곳은 그만큼 비밀스럽다. 1943년 연합군의 폭격으로 그을린 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는 시칠리아의 주도, 팔레르모의 바로크풍 거리를 걸어봐도 그런 은밀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아름답지만 어두운 역사를 지닌 이곳 사람들은 경계심이 강하고 거칠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시칠리아는 찢어지게 가난한 농업 지역이었다. 여타 유럽 국가들처럼 시칠리아도 비극적이고 쓰라린 역사를 거쳐왔다. 복수와 반목이 난무하고, 불의와 착취, 명예살인, 무자비한 마피아의 법이 판을 치는 이곳에서 시칠리아의 보통 사람들은 힘겨운 삶을 살아가야 했다. 한마디로 피가 피를 부르는 역사였다.
팔레르모에 있는 카푸친 수도원은 밖에서 안을 잘 들여다볼 수 없게 되어 있다. 공동묘지 옆 조용한 곳에 자리잡은 이 수도원에서 시내를 가로질러 가면 1992년 용감한 판사 보르셀리노가 마피아들의 앙갚음으로 피살된 현장이 나온다. 수도원 문 바깥쪽 한쪽 구석에선 길거리 상인 몇 명이 엽서나 여행 안내서를 팔고 있다. 문을 열고 수도원 안으로 들어가면 수사 한 명이 탁자 뒤에 앉아 입장권과 엽서, 자잘한 가톨릭 장신구를 팔고 있다. 손님이 별로 없는 한산한 날이다. 수사는 신문을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