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이 반도
글 : 매튜 티그 사진 : 매트 모이어
이집트 시나이 반도 동해안을 따라 죽 들어선 리조트들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 아카바 만의 푸른 물결이 넘실대고 있다. 오랜 세월 성지이자 전쟁터였던 세모꼴의 땅, 시나이 반도는 즐거움을 찾아 모여든 관광객들과 이익을 좇는 개발업자들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해안 마을 타바에 정적이 감도는 듯했다. 여느 날처럼 시나이 산맥 뒤편으로 해가 저물자 어둠이 산꼭대기부터아래로 미끄러지듯 깔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둠이 퍼지는 속도도 빨라졌다. 힐튼 호텔 투숙객들은 비키니를 벗고 이브닝 드레스와 재킷으로 갈아입었다. 10월 밤의 차가운 사막 바람에 바닷물 수영장의 수온이 뚝 떨어지자 호텔 관리부는 이튿날 아침까지 수영장에서 물을 빼두었다.
레드시 리조트는 ‘시나이 드림’의 축소판이었다. 오랫동안 앙숙 관계였던 국가들이 평화를 위해 땅을 내주고, 테러 대신 관광을 도모하는 중동의 꿈 말이다. 영국인이 경영하고, 이집트인들이 관리했던 이 리조트의 주 고객은 유럽인과 러시아인, 다수의 이스라엘인들이었다. 리조트 밖에선 이집트 국기와 이스라엘 국기가 나란히 펄럭였다. 한 달 전 이스라엘 정부에서 테러 공격이 임박했다고 경고했으나, 그런 식의 경고는 항상 있던 일이었다. 오랜 숙적인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지난 50여 년간 시나이 반도를 번갈아가며 점령했었다는 사실을 리조트 투숙객들은 잊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1956년 수에즈 운하 전쟁, 1967년 제2차 중동전쟁,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때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시나이 반도 전역에서 격전을 벌였다. 그러다 1979년 양국이 평화조약을 맺었고, 이스라엘은 이집트 측에 시나이 반도를 다시 한 번 반환했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조약은 유효하다.
척박하지만 천혜의 경관을 간직한 곳, 갈등과 화합이 공존하는 시나이 반도는 모순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장소다. 일례로 이곳은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지만 여기 사는 주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베두인족은 국가정체성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