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의 이동경로
글 : 멜 화이트 사진 : 피트 옥스포드
진취적인 동물보호론자들이 있는 한 이 방랑자는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어느 해질 무렵, 코스타리카의 깊은 숲속에서 어린 수컷 재규어 한 마리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켠다. 그러고는 조용하지만 단호한 발걸음으로 자신이 태어난 곳을 영원히 떠난다.
이곳엔 안식처도 있고, 마자마사슴, 페커리돼지, 아구티쥐 같은 먹잇감도 많다. 짝짓기 할 암컷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 자란 수컷 재규어도 한 마리 산다. 이 숲은 그의 영역이다. 암컷들도 그의 것이다. 그는 경쟁자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어린 재규어가 새끼였을 땐 어미 냄새만큼 안정감을 주는 것도 없었지만 이젠 어미 냄새가 바람에 실려와도 녀석을 이곳에 묶어두지 못한다. 그래서 녀석은 떠난다.
그러나 이 방랑자는 길을 잘못 택했다. 몇 킬로미터도 못 가 숲 가장자리에 이른 것이다. 그 너머는 커피 농장이다. 녀석은 본능적으로, 또 어쩔 도리 없이 울타리와 시내를 따라 나무 사이로 계속 걸어간다. 이내 쉴 곳을 찾지만 군데군데 자란 덤불과 나무 몇 그루가 전부다. 먹잇감도 보이지 않는다. 목장 지역에 온 것이다. 어느 날 밤 녀석은 허기진 배와 갓 태어난 송아지의 향긋한 냄새에 못 이겨 숲속으로 숨어 다니는 본능도 잊은 채 탁 트인 지역을 가로질렀다. 목표물에 살금살금 최대한 다가가 순식간에 달려들면서 강력한 턱으로 송아지의 목을 단숨에 물어 죽인다.
다음날 목장주는 송아지 사체와 재규어의 발자국을 발견한다. 그는 이웃사람들과 개를 모아 재규어 사냥에 나선다. 그들은 어린 재규어를 발견하고 신변 안전을 위해 멀찍이서 재규어를 향해 쏜다. 매우 묵직하고 두꺼운 두개골 덕에 목숨은 구하지만 녀석은 한쪽 눈이 멀고 왼쪽 앞발을 심하게 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