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사들의 성산
글 : 로버트 드레이퍼 사진 : 트래비스 도브
성산 꼭대기에 사는 수도사들은 속세에 초연하고 신심이 깊어 수시로 기도를 드리며 지낸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그리스 동북단의 산악 반도인 아토스 산. 마치 그리스 본토 속세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가려는 듯 에게 해를 향해 50km 뻗어 나온 이 성스러운 산은 지난 천여 년간 동방정교회 수도사들의 집단 거주지였다. 수도사들은 신을 제외한 속세의 모든 것과 인연을 끊은 채 살고 있다. 수도사들은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와 일체를 이루기 위해 산다. 해안을 따라 가 부서지고 밤나무 숲이 빽빽한 해발 2033m의 아토스 산 해안 절벽을 따라 들어선 수도원들은 외부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되어 있다.
수도사들은 아토스 산에 있는 20곳의 수도원이나 12개의 별원(別院), 또는 수백 곳의 암자에 살면서, 수도사들끼리도 서로 떨어져 대부분의 시간을 기도와 고독 속에 보낸다. 덥수룩한 수염에 속세에서 죽은 사람을 의미하는 검은 복장을 한 수도사들은 마치 비잔틴양식의 프레스코 벽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 영원히 변치 않는 형제애, 소박한 삶, 끊임없는 경배, 그렇지만 불완전한 인간이긴 마찬가지다. 한 원로 수도사는 “극도로 영적인 생활을 하고 있어도 언제든지 욕망의 유혹에 무릎 꿇을 수 있음”을 늘 인식하며 생활한다고 말한다.
이곳은 금녀의 땅이다. 엄격하게 지켜온 관습에 따라 초창기 때부터 여자들이 아토스 산에 오는 것을 금지해왔다. 여성에 대한 반감 때문이 아니라 수도사들도 남자이기 때문이다. “만일 여자들이 이곳에 오면 우리들 중 3분의 2는 여자를 따라 이곳을 떠나 결혼할 겁니다.” 어느 수도사가 말한다.
수도사는 어머니와 인연을 끊는 대신 성모 마리아와 새로운 인연을 맺는다. (성모 마리아가 키프로스 섬으로 항해하던 중 조난을 당해 아토스 산에 발을 딛게 됐는데, 이곳 이교도 거주민들에게 은총을 내려 이들을 개종시켰다는 전설이 있다.) 수도사는 수도원 대수도원장이나 같은 방을 쓰는 선배 수도사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형성한다. 이들이 은퇴하거나 사망하면 어린 수도사들은 힘들어하기도 한다. 반대로 어린 수도사가 환속하면 원로 수도사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지난해에 한 수도사가 떠났다오.” 원로 수도사는 그때를 회상했다. “내 의견은 묻지도 않더군.” 그의 목소리에는 아들에게 상처받은 아버지의 심정이 서려 있었다. “차라리 잘 떠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