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꿈
글 : 브룩 라먼 사진 : 프리츠호프만
중국의 세계적인 도시 상하이가 이번에는 외부 세력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과거의 영화를 되찾으려 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한때 방공호로 쓰였던 상하이의 은밀한 지하세계는 땅 위 세계와는 딴판이다. 햇살이 쏟아지는 거리에서는 이주 노동자들이 두부덮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있고, 빳빳하게 다린 흰 와이셔츠 차림의 직장인들은 삼삼오오 0093 방공호의 입구를 지나고 있다. 외제 변기 뚜껑을 파는 가게 뒤편 어두컴컴한 뒷골목에서 젊은 여성이 ‘0093’으로 불리는 지하방공호로 통하는 지하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새미’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성자후이(22)는 방폭(防暴) 철문을 지나 희미하게 불이 켜진 복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벙커에는 으스스한 녹색 불빛들이 일렁거린다. 밤낮없이 어슴푸레한 0093 벙커는 과거 전쟁과 공산혁명의 숨막히는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전쟁과 공산혁명은 동서문화가 어우러져 ‘동양의 파리’로 변모하던 상하이의 전성기를 짓밟아버렸다.
문이 삐걱 하고 열렸다. 전기기타의 굉음이 복도로 쏟아져 나온다. 전설적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의 포스터 아래서 젊은 상하이 여성 네 명이 막 연주를 시작하고 있다. 이들은 새미의 펑크 록 밴드 <검은 달> 멤버들이다. 공산주의 체제의 상처와 공포를 상징하던 지하벙커가 상하이 음악의 산실이 되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0093(거리명과 번지수의 발음을 합친 것)에 있는 연습실에서 지금까지 100개가 넘는 밴드가 탄생했다. 이들은 음악을 통해 과거 상하이의 전성기처럼 동서가 어우러진 문화를 다시 꽃피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