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한 뱀장어의 세계
글 : 제임스 프로섹 사진 : 데이비드 두벌레이
뱀장어는 강과 호수에서 수십 년을 보낸 뒤 바다로 나가 몰래 산란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어린 시절 나는 ‘뱀장어’를 미국 코네티컷에 있는 우리 집 근처 강이나 호수에서보다 낱말 맞추기 퍼즐이나 단어 만들기 보드게임에서 더 자주 접했다. 뱀장어를 뜻하는 영어 단어 ‘eel’은 보드게임에서 알파벳 ‘e’로 만들기 좋은 단어였다. 뱀장어를 실제로 본 건 친구들과 낚시하러 갔다가 우연히 몇 마리를 낚았을 때였다. 기이하고 섬뜩하게 생긴 데다, 딱히 뭐라 부르기도 힘든 녀석들이었다. 혹시 물뱀인가 싶어 주둥이에서 낚싯바늘을 빼내기도 겁이 났다.
그러던 어느 날 근처에서 낚시하던 한 노인이 녀석들이 물고기라고 일러줬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뱀장어는 분명 특별한 물고기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살면서 딱히 뱀장어에 관심을 가질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6년 전 11월 추운 어느 날, 뉴욕 주 캐츠킬 산맥의 17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차를 몰던 중 ‘델라웨어 강의 별미, 훈제’라고 적힌 표지판을 보고 한번 따라가보기로 했다. 코블스킬 채석장을 지나 그늘진 솔송나무 숲속으로 나 있는 구불구불한 흙길을 달리니 검은 타르 종이를 바른 조그만 판잣집이 나왔다. 은색 굴뚝이 달린 그 집은 델라웨어 강 동쪽 지류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제방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말총머리에 하얗고 끝이 뾰족한 턱수염을 길러, 마치 산도깨비같아 보이는 한 남자가 훈제소의 합판문 뒤에서 껑충 뛰어나왔다. 그의 이름은 레이 터너였다.
해마다 강의 수위가 낮아지는 여름이 되면, 터너는 강물에 설치된 둑의 V자형 돌담을 손질한다. 이 둑은 물고기를 가두도록 설계된 나무 어살을 통해 강물을 흘려 보낸다. 터너는 이 작업에 꼬박 넉 달을 매달렸다. 뱀장어들의 집단 이동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9월 중 단 이틀, 초승달이 뜬 캄캄한 밤에 다 자란 뱀장어들은 하류로 헤엄쳐 내려가 바다로 나아간다. 뱀장어의 집단 이동은 흔히 허리케인 철에 폭풍우가 쳐서 강물이 범람하는 시기에 이뤄진다. 그 시기가 되면 하늘은 칠흑같이 어둡고 강의 수위는 최고로 높아진다. 환경운동가 레이첼 카슨의 말을 빌리자면 ‘뱀장어는 어둠을 좋아하는 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