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수단
글 : 매튜 티그 사진 : 조지 스타인메츠
상처와 희망을 품고 사는 한 수단 소년의 삶은 남부 수단의 역사와 궤적을 같이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가장 최근 발생한 제2차 수단 내전이 본격화되기 몇 해 전 어느 날, 수단 소년 로고초는 가족이 사는 초막집 안을 살짝 들여다봤다. 그 순간 그의 아버지가 갑자기 뛰어나와 그를 덥석 붙잡았다. 그러고는 한 나이 많은 소년과 함께 로고초를 흙바닥에 찍어 눌러 꼼짝 못하게 했다.
로고초, 넌 참 별난 녀석이야. 위에서 로고초를 누르고 있는 아버지의 어깨와 가슴에는 부족을 상징하는 문양이 잔물결처럼 도드라져 있었다. 얼굴과 이마에는 모스부호 같은 점과 짧은 선 여러 개가 가로로 새겨져 있었다. 무를레족의 한 사람으로서 딩카족과 누에르족 등 소를 약탈하려는 어떤 부족에도 맞서 창과 칼, 주먹에 이빨까지 동원해서라도 소를 지키겠다는 표시였다.
그러나 아들 녀석은 이런 부족 전통에 통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로고초의 친형을 비롯해 다른 아이들이 무를레족의 통과의례를 거칠 때 로고초는 달아나 풀 속으로 숨어버렸다. 그런데 지금 녀석은 흙먼지 속에서 송아지처럼 매끈한 몸통을 동그랗게 구부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다. 녀석에게서 무를레족의 표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아홉 살짜리 사내 녀석이 소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형처럼 로고초도 쭈그려 앉아 소젖을 빨았지만, 그에게 소는 그냥 우유일 뿐이었다. 조상대대로 무를레족 남자들은 소와 더불어 살아왔다. 이는 남부 수단 전역에 흩어져 사는 다른 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소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소를 꾸미고, 소 곁에서 잠을 잤다. 소에 관한 노래를 부르고, 소를 기리는 춤을 추고, 소에게 애정을 쏟았다. 남자들은 소를 주고 신부를 샀고, 신부는 아이들을 낳았으며, 그 아이들이 더 많은 소를 돌봤다.
대체 사는 목적이 뭐냐? 로고초의 아버지가 물었다.
남자들이 가축을 몰고 물을 찾아 돌아다니는 동안 로고초는 할머니와 함께 집에 남아 있기를 더 좋아했다. 할머니는 척박한 땅에 이랑을 파서 수수, 콩, 옥수수를 심고 호박까지 심었다. 흉년이 들면 남자들이 할머니에게 찾아와 손을 벌렸다. 로고초는 할머니를 도와 씨를 뿌리고, 싹이 돋으면 가꾸고, 작물을 거둬들였다. 할머니는 아버지로부터 손자를 보호해줬다.
너는 특별한 아이란다. 할머니는 로고초에게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할머니도 그를 구해줄 수 없었다. 아버지와 소년이 로고초를 꼼짝 못하게 흙바닥에 누르고 있었다. “왜 이러세요?” 로고초는 울부짖었다.
‘전문가’를 보는 순간 로고초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아차렸다. 전문가는 무릎을 꿇고 앉아 로고초의 얼굴 위로 몸을 숙이더니 얇은 줄칼 같은 도구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로고초의 입을 억지로 벌려 아래 앞니 두 개 사이에 날을 끼우더니 잇몸까지 줄칼을 끌어내렸다. 그런 다음 어깨에 힘을 주며 날을 비틀었다. 우두둑! 앞니 한 개가 부러지면서 신음하는 로고초의 입안에 피가 잔뜩 고였다. 전문가는 다시 날을 끼우더니 나머지 앞니마저 부러뜨렸다.
이제야 무를레족처럼 보이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