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지하세계
글 : 닐 셰이 사진 : 스티븐 앨버레즈
가는 법 맨홀을 통해 무수히 많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기 복장 광부용 헬멧 착용 권장 활동 일하기, 파티 열기, 그림 그리기, 아니면 그냥 얽히고설킨 컴컴한 터널 탐험하기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토요일 아침, 택시가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달린다. 넓은 거리는 한산하고, 상점들은 문을 열지 않았다. 빵집에서 갓 구운 빵 냄새가 풍겨 나온다. 정지 신호를 받고 서 있는데, 언뜻 무언가 움직이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파란색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보도에 뚫린 맨홀에서 나오고 있다. 드레드록 스타일로 길게 칭칭 땋은 머리칼을 하고는 이마에는 전등을 착용하고 있다. 바로 젊은 여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는 손전등을 들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고무 장화를 신고 마치 특정 부족을 나타내는 문양이라도 되는 듯 연갈색 진흙을 묻히고 있었다. 남자가 쇠뚜껑을 밀어 구멍을 대충 덮어 놓고 여자의 손을 잡더니, 둘은 활짝 웃으며 거리를 달음질친다.
파리는 세상에서 가장 깊고도 기묘하게 지하와 연결되어 있는 도시로, 그 지하세계는 더할 나위 없이 다채롭다. 수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파리의 지하 터널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조밀한 지하철망과 하수도망의 일부를 구성하는데 그것은 지하세계의 시작에 불과하다. 파리의 지하에는 수로와 저수지, 지하묘실과 은행 금고실, 그리고 나이트클럽들과 화랑으로 탈바꿈한 포도주 저장고 등 온갖 종류의 공간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놀라운 공간은 옛 석회암 채석장인 ‘카리에르’인데, 주로 파리 남부 여러 지역의 땅속에 복잡한 거미줄처럼 깊게 퍼져 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여러 동굴과 터널에서는 건축용 석재를 채굴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전사들이 일부 채석장을 은신처로 삼아 지하에서 활동했고 독일군은 다른 채석장에 엄폐호를 구축했다. 오늘날에는 또 다른 은밀한 무리가 이 지하 터널들을 배회한다. 규율도 없고, 우두머리도 없는 이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며칠 밤낮을 지하에서 보낼 때도 있다. ‘지하족’이라 불리는 이들은 파리의 지하세계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