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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길들이기

글 : 빈센트 J. 무시 사진 : 애번 래틀리프

사람과 잘 지내도록 길들일 수 있는 야생동물은 그리 많지 않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유전자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류드밀라 트루트(76)가 ‘마브릭’이라는 팻말이 붙은 철망우리의 문을 열기 위해 허리를 굽히며 말한다. 러시아 남부 시베리아의 노보시비르스크 변두리에 있는 이 농장에는 비슷비슷한 철망우리들이 두 줄로 길게 늘어서 있다. 생물학자 트루트가 인사말을 건넨 대상은 내가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털이 북슬북슬한 녀석이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주인이 자신의 애완견을 부를 때처럼 진한 애정이 느껴진다.

지금 트루트가 관심을 쏟고 있는 마브릭은 몸집이 셰틀랜드 양치기 개만 하다. 녀석의 몸은 주황색 털로 덮여 있는데, 목덜미 아래로는 턱받이처럼 하얀 털이 나 있다. 트루트가 인사를 하자 마브릭은 꼬리를 흔들고 마구 뒹굴면서 트루트의 손길을 기대하며 숨을 헐떡거린다. 지붕만 있고 벽이 없는 좁은 축사에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 근처 우리들에서도 마브릭 같은 녀석들 수십 마리가 흥분에 휩싸여 마구 날뛰며 짖어댄다. “보시다시피, 녀석들 모두가 사람의 손길을 바라고 있어요.” 트루트의 목소리가 개짖는 소리를 뚫고 들려온다. 트루트는 우리 안으로 팔을 넣어 마브릭을 덥석 들어올리더니 내 팔에 안겨준다. 팔에 안긴 마브릭은 내 손을 입으로 살짝 문다. 녀석은 자그마한 애완견만큼 온순하다. 

하지만 놀랍게도 마브릭은 개가 아니라 여우다. 무성한 자작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는 이곳 농장에는 마브릭과 녀석의 친척 수백 마리가 숨어 있다. 녀석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축화된 은여우들로서 대부분 은색이거나 짙은 회색털을 갖고 있지만 마브릭만은 드물게도 주황색 털을 갖고 있다. 여기서 ‘가축화되었다’는 말은 야생동물을 포획해 유순하게 만들었다거나 직접 먹이를 주며 길들여 어느 정도 사람의 손길을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번식을 통해 고양이나 래브라도 리트리버처럼 가축화시켰다는 의미다. 녀석들은 어떤 사람이든 일단 친구로 여긴다. 이런 행동은 아마 지금까지의 야생동물 사육 실험 중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이번 실험이 일궈낸 산물일 것이다. 

이 실험은 트루트가 대학원생이던 50여 년 전에 시작되었다. 생물학자 드미트리 벨라예프가 이끄는 세포학 및 유전학 연구소팀은 여러 모피동물 사육장에서 130마리의 여우를 선발했다. 그리고 늑대에서 개로 진화한 과정을 재현해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녀석들을 사육하기 시작했다. 이 진화의 과정은 1만 5000년 전보다 더 먼 과거에 시작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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