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원전 사고 피난민들
글 : 루실 크래프트 사진 : 데이비드 구텐펠더
핵 용융사고를 피해 수 천 명이 대피했다. 사람들이 떠난 현장을 단독 촬영한 사진을 통해 본볼 수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아마도 원전 사고가 일어난 일본 나미에 정(町)에서 제일 가슴 아픈 사실은 언뜻 보기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는 점일 것이다. 잔잔하게 흐르는 다카세 강과 우케도 강은 햇빛에 반짝인다. 이발소, 기차역, 돼지고기 튀김 전문점은 지금 당장에라도 손님 맞을 준비가 돼 있는 듯하다. 해안선 위쪽의 무참하게 파괴된 지역들과는 전혀 딴 세상이다. 미야기 현과 이와테 현에서는 마을을 통째로 삼켜버린 지진해일에 휩쓸려 멈춰버린 시계들이 일제히 지진해일이 발생한 3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지만 이 소박한 어촌 나미에 정에서는 아직도 시계가 째깍째깍 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 다이이치 핵발전소 반경 20km 내에 있는 다섯 정과 두 도시, 두 마을을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그중 하나가 나미에 정이다. 출입금지구역 내 모든 지역이 그렇듯 나미에 정도 사실상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마을이다. 나미에 정 주민 2만 1000명 중 7500명이 일본 전역으로 흩어졌다. 나머지 1만 3500명은 후쿠시마 현에 있는 임시 숙소에 살고 있다.
나미에 정은 나비넥타이 같은 형상인데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북서쪽으로 뻗어 있다. TV 뉴스에서 전하는 재해 진행 상황과 지역 공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마을 사람들은 중심부인 고지를 향해 몰려갔다. 수 세기에 걸쳐 지진해일에 단련된 일본인들은 이런 일이 생기면 생존본능처럼 높은 언덕을 찾아 대피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러한 방법이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주민들이 대기에 방사능 찌꺼기가 자욱한 곳으로 대피한 것이다. 또 한 차례 원전이 폭발하자 주민들은 서쪽으로 멀리 니혼마쓰 시로 대피해 식량도 없이 비좁은 대피소에서 사흘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