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인류의 조상
글 : 제이미 슈리브 사진 : 로버트 클라크
러시아의 한 동굴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신종 인류의 DNA가 발견됐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러시아의 영토가 몽골과 중국, 그리고 카자흐스탄과 접경을 이루는 지점으로부터 약 350km 떨어진 남부 시베리아의 알타이 산맥에 데니소바 동굴이 자리 잡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 동굴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신석기인들이, 그리고 그 뒤로는 투르크 족의 목축민들이 이 동굴로 대피해 자신들 주변에 가축을 모아 두고 혹독한 시베리아의 겨울을 났다. 그래서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굴 작업을 하는 고고학자들은 두꺼운 염소 배설물이 쌓인 층을 파내려가야 했다. 동굴에서 가장 큰 방은 천장이 높고 아치형이다. 꼭대기 부근에 뚫려 있는 구멍을 통해 희미한 햇살이 들어와 마치 성당처럼 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동굴 뒤쪽에는 작은 측실이 있다. 2008년 7월의 어느 날 젊은 러시아 고고학자 알렉산데르 치반코프가 3만 년에서 5만 년 전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퇴적층을 파다가 바로 이곳에서 아주 작은 뼛조각을 발견했다. 그 뼛조각은 별로 특별할 게 없어 보였다. 흔히 신발에 들어가면 털어버리는 작은 자갈 모양의 덩어리로 표면이 거칠었다. 나중에 이 동굴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나서 내가 데니소바에서 만났던 한 고인류학자는 “지금까지 본 중에 제일 볼품없는 화석이었어요. 사실상 실망스러울 정도였죠”라며 뼛조각을 본 소감을 말했다. 그래도 어쨌든 뼈는 뼈였다. 치반코프는 연구 캠프로 돌아가 다른 고인류학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 뼛조각을 비닐봉지에 담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 뼈의 해부학적 구조는 고인류학자가 영장류의 손가락 끝에서 깨져나온 작은 조각이라는 사실을 알아볼 정도만 겨우 보존돼 있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새끼손가락의 마지막 관절 부위의 뼈였다. 3만 년에서 5만 년 전 사이 시베리아에 인간 외에는 유인원 이나 원숭이 같은 영장류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그 화석은 인류의 한 종에서 나온 것으로 짐작된다. 관절 표면의 접합이 불완전한 것으로 보아 그 뼛조각의 주인은 어렸을 때 죽었고 나이는 8세 정도였을 듯하다.
알타이 발굴단의 단장 아나톨리 데레비안코는 그 뼈가 우리 인류가 속한 종인 호모 사피엔스의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녹색 돌을 연마해 만든 아름다운 팔찌를 포함해 현생인류의 작품으로밖에 볼 수 없는 정교한 유물들이 예전에 바로 이 동일한 퇴적층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전에 인근의 다른 동굴에서 발견된 화석의 DNA는 네안데르탈인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따라서 이 뼈가 네안데르탈인의 것일 가능성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