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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로 변한 체르노빌 지역

글 : 조지 존슨 사진 : 게르트 루트비히

원전 사고 지역에 가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방사선 수치가 5시버트(Sv)이면 사람에게 치명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탄 관광 승합차가 출입금지구역으로 들어갈 때 내가 갖고 있던 러시아제 방사선 측정기에 방사선 수치가 어느 정도 표시될지 궁금했다. 이곳은 외부로부터 격리된 광활한 황무지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을 에워싸고 있다. 양 옆으로 소나무와 자작나무가 빽빽하게 서 있는 도로를 지날 때 안내인은 우리에게 기본 준수 사항을 상기시켜줬다. 버섯에는 방사선 물질이 농축돼 있으니 따지 말 것, 오염 물질이 체내에 흡입될 수 있으니 야외에서 식사를 하거나 담배를 피우지 말 것 등이다. 몇 분 후에 우리는 버려진 마을들 가운데 첫 번째 마을을 지났고 잠깐 차를 세워 작은 무리의 몽골야생말을 봤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가 난 지 28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인적 하나 없고 물소, 멧돼지, 말코손바닥사슴, 늑대, 비버, 매 등 야생동물의 차지가 됐다. 지금은 유령 도시가 된 프리피야트에는 소련 시절에 지어진 아파트 건물 꼭대기에 독수리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고 10년이 지나 방사선 수치가 참을 수 있을 정도라고 여겨지자 희귀종이자 멸종위기종인 몽골야생말을 면적 2500km2가 넘는 지역에 방사했다.


측정기를 슬쩍 보니 시간당 0.19마이크로시버트(Sv)를 나타내고 있었다. 1μSv는 인체가 방사선에 노출된 방사선량의 측정 단위인 1Sv의 100만 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아직은 걱정할 필요 없다. 미국 시카고에서 우크라이나까지 오면서 방사선 수치를 측정했는데 가장 높은 수치는 대서양을 건너는 비행기 안에서 그린란드 상공 1만 2000m 지점을 지날 때 수치가 3.5μSv까지 치솟았다. 투과력이 매우 강한 복사선인 우주선이 비행기 기체를 뚫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체르노빌 상황을 연구하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방사능이 식물군과 동물상에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에 관해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까지는 놀랍게도 그 영향이 미미하다. 동물들에게는 오히려 총을 들고 이곳으로 몰래 들어온 밀렵꾼들이 훨씬 더 위협적이다.


몇 분 후, 우리는 오래된 농촌 마을 잘레스예에 도착해 빈집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창문은 깨지고 페인트는 벗겨졌으며 회벽도 떨어져 나가 있었다. 어느 집 바닥에는 버려진 레닌의 초상화가 허공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고 침실 벽에는 어린아이 장난감 인형이 끈으로 매달려 있었다. 인형은 마치 올가미를 쓰고 교수형에 처해지기라도 한 듯 목이 매에 있었다. 바깥에는 또 다른 인형 하나가 다 부서진 유모차 옆에 앉아 있었다. 이 장면들은 우리가 이곳에 머무는 이틀 동안 제일 먼저 본 무시무시한 모습이었다. 옷을 반쯤 걸치고 유아용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인형들, 나무에 걸려 있는 방독면 등은 합법적으로든 불법적으로든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가져다놓은 소품들로 파멸과 침묵의 공포를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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