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의 가우초들
글 : 알렉산드라 풀러 사진 : 토마스 무니타
칠레 파타고니아의 야생에서 ‘바구알레로’라고 불리는 가우초들이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야생 소들과 한판 대결을 펼치며 살아간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이것은 피와 용기와 전통에 관한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들에는 재주가 비상하고 과묵한 사나이들이 말과 함께 등장하기 마련이다. 물론 절체절명의 위기상황과 부상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이런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곳에는 필연적으로 신비로운 야생의 풍경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너무 외져서 일반적인 교통수단으로 가기가 거의 불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곳이 어디인지 알고 싶다면 지형도에서 수테를란드를 찾아보면 된다. 그곳은 파타고니아 남쪽의 울티마에스페란사 해협 안쪽으로 뻗어 있는 손가락 모양의 땅이다. 하지만 인근에는 도로도, 마을도 없다. 북쪽으로는 토레스델파이네 국립공원이 있고 그 너머에는 험준해서 통행이 불가능한 북부 빙원이 펼쳐져 있어서 파타고니아는 칠레의 다른 지역과 단절된다. 서쪽에는 수십 개의 작은 섬들이 퍼즐 조각처럼 남태평양에 널려 있다. 동쪽으로는 해협이 있다. 이곳은 악명 높은 강풍이 휘몰아치기 일쑤여서 배들이 무사히 지나다니기가 어렵다. 그리고 비로소 정감 넘치는 관광 상점들과 식당들이 있는 푸에르토나탈레스 시가 나온다.
세바스티안 가르시아 이글레시아스(26)는 직업은 농업기술자지만 정작 하고 싶은 일은 가우초다. 몸집이 큰 동물들과 부대끼며 자란 그는 경험으로 터득한 지혜가 몸에 뱄다. 그의 큰 외할아버지 아르투로 이글 레시아스는 전설적인 인물로 1919년 푸에르토나탈레스 시에서 태어났다. 이글레시아스 가문은 1908년에 최초로 이 지역에 정착한 가문들 가운데 하나로 개척민들을 상대로 잡화점을 차렸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고 뒤는 산으로 둘러싸인 그림같이 아름다운 땅에 에스탄시아 메르세데스 목장을 세웠다. 그 후 1960년에는 에스탄시아 아나 마리아 목장을 사들였다. 이 목장은 배를 타야만 갈 수 있다. 아니면 말을 타고 발이 푹푹 잠기는 습지를 건너 10시간이나 가야 한다. 하지만 아르투로는 아나 마리아가 오지 축에 들지도 않는다는 듯 목장 안에서도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수테를란드에 정착촌을 차렸다. 한때 이곳의 작은 집에서 한 목장 일꾼이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함께 살았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고립된 생활을 견디지 못했는지 한 어부와 함께 도망쳐버렸고, 결국 이 목장 일꾼은 엄마를 잃은 두 아이와 함께 그곳을 떠나 문명세계로 소떼를 몰고 나왔다.
아르투로의 소떼 가운데서 낙오된 소들은 야생을 떠돌며 번식했다. 녀석들은 험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몸집이 더 커지고 성질도 더욱 사나워졌다. 아르투로는 해마다 여름이면 에스탄시아 아나 마리아 목장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말들과 소몰이 개들을 데리고 야생 소들을 찾아 나섰다. 가끔씩 그는 이 야생 소들을 배에 실어 푸에르토나탈레스에 내다 팔았는데, 이 소들은 ‘아주 사나운 가축’을 뜻하는 ‘바구알’이라고 부른다. 또 가끔씩 그는 짐 싣는 말을 타고 밧줄로 야생 소를 말 뒤꽁무니에 묶어서 잡아 끌며 육로로 가기도 했다. 그럴 때면 칼날처럼 가파른 절벽을 따라 습지를 지나고 미끄러운 바위들을 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