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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영웅들

글 : 아우로라 알멘드랄 사진 : 하나 레이예스 모랄레스

가족과 친구의 곁을 떠나 해외 노동자로 살아가는 필리핀인은 10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해마다 고국으로 송금하는 310억 달러의 현금은 필리핀 경제를 지탱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레쿠에르도 모르코(33)는 22살 때 처음으로 눈을 봤다. 그는 작업복과 파카를 네 겹이나 껴입은 채 커다란 눈송이가 화물선 갑판 위에 내려앉는 동안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에게는 북극권 인근의 빙해를 가르며 나아가는 화물선 위에서 얼굴 위로 떨어지는 눈송이를 맞으며 서 있는 것이 꿈을 이룬 순간이었다. ‘내가 해냈구나.’ 그는 생각했다.

화물선은 핀란드 케미에 있는 항구에 정박했다. 레쿠에르도는 항구에 내려 스스로 ‘바다 사나이의 임무’라고 부르는 일에 착수했다. 가장 가까운 가게에 가서 심카드를 산 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다.

레쿠에르도는 지난 10년간 화물선의 선원으로 일했다. 그동안 그는 핀란드와 네덜란드, 파푸아뉴기니를 비롯해 스웨덴과 호주 사이의 항구가 있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어머니 지니(66)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니는 아들이 어디에서 전화를 하는지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늘 행복하고 안심이 된다. 레쿠에르도 역시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면 “지루함과 향수병, 슬픔이 싹 달아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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