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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난초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

글 : 알렉산드라 마바르 사진 : 후아니타 에스코바르

수많은 종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금, 한 독특한 식물학자가 자신이 모아온 방대한 난초들을 과학 연구에 활용할 자산으로 바꿔놓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마스데발리아의 길게 늘어진 꽃잎을 만져보면 마치 살결 같은 묘한 감촉이 느껴진다. 꽃잎처럼 보이는 꽃받침에서는 촉수 같은 긴 꼬리가 늘어져 있으며 그 색은 짙은 적갈색과 산호색, 노란색이 뒤섞여 마치 썩어가는 과일을 연상케 한다. 이 모습만 보면 파리가 진수성찬으로 착각할 법하다. 콜롬비아의 빠르게 사라져가는 운무림에서만 자라는 이 독특한 난초는 수천만 년 동안 수분 매개자를 유인하는 능력 덕분에 살아남았다. 하지만 오늘날 이 난초의 수분 매개자는 돋보기안경을 낀 64살의 한 남자다.
 
로스차일드복주머니란은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의 키나발루산에서만 자생하는 희귀 난초로 현재 위급종으로 분류돼 있다.
다니엘 피에드라히타는 무려 2만 5000여 촉의 난초를 소유하고 있다. 이는 개인 소유로는 세계 최대 규모에 속한다. 하지만 지금 콜롬비아 메데인 근교의 한 온실에 있는 피에드라히타는 온 신경을 한 난초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난초의 가느다란 꼬리 모양 부분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고 꽃의 정면을 위로 향하게 한 다음 꽃 한가운데에 있는 극소량의 꽃가루를 가는 철사 끝에 묻혀 다른 꽃으로 옮긴다. 이 인공 수분이 성공하면 먼지처럼 작은 씨앗이 최대 100만 개나 빽빽하게 들어 있는 씨방이 맺힐 것이다. 피에드라히타는 그 씨방을 따서 은박지로 감싼 뒤 메데인에 있는 연구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이 다루기 힘든 난초를 배양해 길러내려 노력할 것이다.

서식지 파괴와 암시장 거래로 전 세계에 알려진 3만여 종의 난초 중 절반가량이 멸종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피에드라히타처럼 개인이 소장한 난초들은 매우 귀중한 자원이 된다. 연구와 증식, 훗날 야생 복원에 활용할 수 있는 유전적 자원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유일한 문제는 개인 수집가들이 어렵게 터득한 재배 기술을 감추려 하고 표본의 출처에 대해 조사를 받는 것 역시 주저한다는 점이다.
 
페루 안데스산맥에서 자라는 여왕 마스데발리아는 꽃잎 끝부분이 꼬리처럼 길게 늘어져 있다.
하지만 피에드라히타는 다르다. 그는 자신이 가진 가장 희귀한 난초들을 오히려 더 많이 증식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피에드라히타가 문을 연 ‘알마 델 보스케’, 즉 숲의 영혼이라는 뜻의 수목원 겸 교육 센터에서 그는 난초를 인공 수분시키고 씨앗과 재배 기술을 아낌없이 공유한다. 피에드라히타는 암시장을 무력화하고 향후 생태계 복원 사업에 필요한 묘목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구적인 수집가 집단의 선두에 서 있다. 또한 메데인에 있는 세 곳의 연구소도 피에드라히타가 제공한 씨앗을 활용해 지금껏 한 번도 대량 증식된 적 없는 난초들을 배양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상업용 화훼 재배업에 종사해온 피에드라히타는 2000년대 초반 난초에 푹 빠지게 됐다. 콜롬비아 절화 산업의 중심지인 라세하 마을에 아내와 함께 수국 농장을 세운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콜롬비아는 전 세계 난초 종의 약 20%가 자생하는 곳으로 그 어떤 나라보다도 다양한 난초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 대부분은 착생 식물로 땅에서 자라는 대신 특수한 뿌리를 이용해 나무에 달라붙어 살아간다. 피에드라히타는 콜롬비아 야생 지대로 탐조 여행을 다니다가 난초를 우연히 발견하고는 그 교묘한 적응 방식에 완전히 매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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