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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의 떠오르는 여성 기수들

글 : 아이다 알라미 사진 : 샹탈 핀치

수 세기 동안 모로코의 전통 기마 공연 ‘트부리다’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이제 여성 기수들이 이 박진감 넘치는 전통을 새로운 세대에 계승하고 있다.


어린 시절 자히아 아불라이트는 아버지를 따라 모로코 시골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 ‘무셈’에 가서아버지가 트부리다 공연단 단원들과 함께 공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기마 전통인 트부리다는 여러 명의 기수가 팀을 이뤄 흙길을 가로지르며 마치 기병대가 돌격하듯 일사불란하게 말을 모는 모습을 관중들 앞에서 선보이는 공연이다. 이 행진 대열은 기수들이 말을 전속력으로 몰면서 구식 소총을 들어 올려 다 함께 우레 같은 일제 사격을 한 차례 가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아불라이트의 아버지는 농부였지만 취미로 트부리다 공연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아불라이트는 말의 냄새, 머스킷 총의 파열음, 남성 기수들이 착용한 흩날리는 고운 자수 가운 등 이 축제의 요소 하나하나를 전부 사랑했다.

그 당시에는 트부리다 기수들이 거의 전적으로 남성이었다. 하지만 1999년의 어느 날, 아불라이트의 아버지가 속한 공연단의 기수 한 명이 나타나지 않자 14살이었던 아불라이트는 그 자리를 대신하겠다고 자청했다. 아불라이트는 여섯 살 때부터 말을 타며 트부리다를 보고 배워왔다. 딸의 열정을 응원한 아버지는 딸이 말을 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젤라바’라고 불리는 긴 전통 가운을 빌려줬고 아불라이트는 운동복 바지와 운동화 위에 그 옷을 걸쳐 입었다. 아불라이트가 총도 한 자루 달라고 하자 아버지는 총을 쥐어주며 총알은 빼고 흑색 화약을 넣는 법만 알려줬다. 아불라이트가 그날의 기마에서 기억하는 장면은 살면서 여성 기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을 사람들이 자신의 사진을 수백 장씩 찍어대던 모습이었다.

현재 아불라이트는 모로코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기수에 속하며 전원 여성으로 구성된 공연단을 이끌고 있다. 모로코에는 약 1000개의 트부리다 공연단이 존재하는데 그중 이렇게 여성 단원으로만 이뤄진 팀은 12개 안팎에 불과하다. 아불라이트는 트부리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데 기여한 소수의 경험 많은 여성 기수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오늘날 소셜 미디어상에서 트부리다와 관련된 영상이 급증하면서 전 세계의 새로운 관객들을 상대로 이 공연이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아불라이트는 자신이 개척자에서 차세대 젊은 여성 기수들을 양성하는 멘토로 거듭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적어도 16세기부터 모로코에서 행해진 트부리다는 처음에는 군사 훈련의 일환이었지만 점차 모로코의 아랍인과 토착 민족 아마지그인(베르베르인)의 승마 문화가 결합된 의례적 기마 공연으로 발전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트부리다는 때로 ‘판타지아’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이는 19세기의 프랑스인들이 이국적인 느낌을 부여하기 위해 붙인 별칭으로 모로코 내에서는 대체로 조롱거리가 되곤 한다. 트부리다에 참가하는 인간과 말은 보통 화려한 전통 의상을 두르며 기수의 경우 날렵한 전장식 소총도 소지한다. 공연 자체는 불과 몇 초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몰아치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다가 마침내 기수들의 완벽한 일제 사격이 터져나온다. 말과 기수, 총성이 완벽한 호흡을 이룰 때 관중석은 환호성으로 뒤덮인다. 공연단은 정확성과 화려함, 기마술을 기준으로 평가를 받는다.

미국 러트거스대학교의 사회학자 자키아 살리메에 따르면 트부리다는 수 세기 동안 전사로서의 기량을 보여주는 ‘남성적 공연’으로 여겨졌다. 살리메는 최초의 여성 트부리다 공연단이 2000년대 중반에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러한 변화를 항의나 시위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조용한 혁명’으로 표현한다. 미국 네브래스카대학교 링컨캠퍼스의 인류학자이자 본 협회의 탐험가인 귀네스 탤리는 이 같은 변화가 어떤 규칙이나 정책의 변화로 인해 촉발된 것도 아니라고 설명한다. 다만 탤리는 여성 기수들의 등장이 모로코 왕실 일원이자 모로코 국립승마재단의 첫 여성 회장이었던 인물의 행보와 맞물렸다고 지적한다. 이 회장은 여성들의 기마 공연 참여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지원했다.
 
모로코에서는 여성 소르바가 약 20년 전부터 결성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초창기의 여성 트부리다 기수들이 새로운 세대를 양성하고 있다. 2007년에 부슈라 나바타가 수도 라바트에서 자신의 소르바를 창단했을 때는 소속 단원 대부분이 말에 올라타기조차 어려울 만큼 어린 나이였다. 현재 단원으로는 (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도하 나지, 히바 에살라크, 마르와 에살라크, 마르와 엘마이트, 이클라스 구에미리, 라일라 나바타, 마주바 나바타(주황색 옷을 입은 사람)가 있다.
아불라이트는 ‘소르바’라고도 불리는 트부리다 공연단을 직접 창단했는데 당시 그녀는 10대에 불과했다. 단원은 전원 여성 기수로 구성됐으며 남녀가 섞인 공연단은 지금까지도 드물다. 아불라이트에 따르면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공연단에 대놓고 반감을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간혹 적대적인 남성 기수가 있을 때도있지만 많은 이들이 총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하거나 그녀의 소르바가 먼저 달릴 수 있도록 양보해주는 등 지지를 보내주고 예의를 갖춘다.

현재 아불라이트는 카사블랑카에 살면서 기업 행정직에 종사하는 동시에 세 자녀를 키우고 있다. 여름이면 그녀는 직접 선발하고 트부리다 기수로 양성한 젊은 여성 단원들을 이끌고 무셈 축제 순회공연에 나선다. 그녀는 단장, 즉 ‘무카데마’로서 대열의 선두에서 말을 타는 역할뿐 아니라 훨씬 많은 일을 책임진다. 말을 소유하지 않은 단원들에게 대여한 말들 중 각자에게 어울리는 말을 배정해주기도 하고 공연단의 의상과 재정을 관리하며 훈련을 이끌면서 단원들이 말과 총을 완벽한 호흡 속에 다룰 수 있도록 확실하게 지도한다.

아불라이트는 트부리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훈련이라고 힘줘 말한다. 그리고 그녀의 소르바는 이렇듯 철저한 훈련 덕에 언제나 높은 점수라는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는 평판이 아주 좋습니다. 이 평판을 지켜내야 합니다.” 그녀는 말한다.

2년 동안 아불라이트 옆에서 말을 타온 기타 지아테(26)에게 아불라이트는 단순히 우상이 아닌 일종의 전설 같은 인물이다. 지아테는 가족과 함께 마라케시 외곽에서 열린 무셈 축제에 가서 트부리다를 보고 감탄했다. 그녀는 지역 최초의 여성 무카데마인 아불라이트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도 자히아처럼 되고 싶어’라고 말하곤 했죠.” 지아테가 회고한다.

20대가 된 지아테는 자신만의 트부리다 전용 소총 ‘무카흘라’를 구입했다. 그녀는 마침내 승마 수업을 받게 됐고 이후 돈을 모아 자신만의 말을 샀다. 그녀는 이 말에게 ‘행운’이라는 뜻의 ‘제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카사블랑카 출신의 힌드 알라미는 여동생과 함께 전원 여성으로 구성된 트부리다 공연단을 직접 결성했다. 알라미는 트부리다 활동을 시작하면서 여자가 말을 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가족들과 사이가 멀어졌다고 말한다.
어느 날, 지아테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휴대전화 화면을 내려다본 지아테는 그 순간 얼어붙었다. 아불라이트에게서 걸려온 전화였기 때문이다. 아불라이트는 지아테와 함께 아는 한 기수를 통해 지아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터였다. 아불라이트는 이 젊은 기수에게 자신의 소르바와 함께 모로코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편에 속하는 축제에서 말을 타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닷새 후 지아테는 자신의 말 제르와 함께 ‘무셈 물레이 압델라 암가르’ 현장에 도착했다. 일주일간 치러지는 이 연례행사에서는 트부리다 공연단 100여 팀이 수천 명의 관중 앞에서 대결을 펼친다. 지아테는 단원들과 함께 쓰는 텐트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아불라이트를 발견했다. 다음 날, 그녀는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영웅인 아불라이트, 그리고 이제는 자매처럼 여기는 여성들과 함께 나란히 말을 탔다.

지아테는 아불라이트가 자신에게 “기수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르쳐줬다고 말한다. 그녀는 아불라이트가 가정과 일, 트부리다에 대한 전염성 강한 열정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모습을 존경한다. “뒤를 돌아봤을 때 자히아가 행복해하는 모습, 그녀가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그녀보다 더 큰 행복을 느낍니다.” 지아테는 말한다.

아불라이트는 자신의 공연단 규모를 일부러 작게 유지해왔다. 현재 그녀의 공연단 단원은 12명도 채 안 된다. 요즘 그녀는 소셜 미디어에 사진과 영상을 올리려는 목적으로 트부리다에 관심을 보이는 젊은이들을 만나게 된다고 말한다. 아불라이트는 트부리다에 진정으로 몰입하는 단원들을 선호한다. 그녀의 소르바도 공연 영상을 촬영하기는 하지만 이는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 위해서라기보다 마치 경기 분석 영상처럼 나중에 영상을 시청하며 단원들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연구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매번 말을 타기 전 단원들은 이슬람교 전통 세정식인 ‘우두’를 거행한다. 그런 다음 여성들은 안전한 승마를 기원하는 기도 ‘두아’를 올린다. 아불라이트에 따르면 단원들이 평온한 마음과 서로 화합을 이룬 상태에서 말에 오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녀는 트부리다 전통이 현대에 와서 점차 퇴색해가는 듯한 현실에 아쉬움을 내비친다. 이를테면 예전에는 남자아이들이 말을 타는 것을 허락받기 전에 배워야 할 것이 훨씬 많았다. 또한 소르바의 지도자들은 무셈 텐트에서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격식을 갖춘 주최자 역할을 해야 했다. 아불라이트는 자신이 과거에 젖어 있다기보다 그저 전통 규범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불라이트는 트부리다의 큰 매력 중 하나로 참가자들 사이의 차이를 없애준다는 점을 꼽는다. 무셈 축제의 참가 명단에 오른 100팀의 공연단 중 여성 단원들로만 구성된 팀은 단 몇 개에 불과할지 몰라도 그녀는 함께 달리는 모든 기수들에게 유대감을 느낀다. 트부리다는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를 이어줬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그녀와 그녀의 젊은 제자들 사이의 관계를 한층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나이와 사회적·문화적 배경을 넘어 우리 모두는 같은 문화를 향유합니다.” 아불라이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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