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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발조롱이가 모여드는 곳

글 : 에드 용 사진 : 아코스 스틸러

희귀종 붉은발조롱이가 겨울을 나는 비밀 장소는 수년 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러다 한 조류학자가 ‘팔코폴리스’라 불리는 숨겨진 세계를 발견해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대부분의 맹금류는 단독 생활을 한다. 철새 이동 시기에는 거대한 무리를 이루기도 하지만 그 외에는 주로 홀로 지낸다. 하지만 붉은발조롱이는 다르다. 황조롱이만 한 이 새는 큰 무리를 지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전역을 이동하고 휴식을 취한다. 심지어 붉은발조롱이는 집단 번식지도 형성한다. 헝가리 출신의 조류학자 페테르 팔라티츠가 “쉴 틈 없이 북적이는 도시”라 부르는 곳에서 진회색 수컷과 붉은빛을 띠는 암컷 수백 쌍이 함께 살아간다. 이러한 ‘조류 도시’ 안에서는 둥지를 두고 다투거나 서로의 먹이 혹은 둥지를 훔치기도 하고 짝이 아닌 상대와 짝짓기를 하거나 알을 낳고는 다른 새에게 떠맡기기도 한다. 20년 동안 붉은발조롱이를 연구해온 팔라티츠는 조류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이런 생태계는 정말 꿈같은 연구 환경”이라고 말한다.
 
붉은발조롱이는 해마다 몇 주 동안 앙골라의 이 작은 지역으로 이동해 농경지 위로 높이 자란 망고나무와 유칼립투스에 모여 휴식을 취한다.
붉은발조롱이는 둥지를 직접 짓지 않는다. 대신 까마귀의 친척뻘인 떼까마귀가 버리고 간 둥지를 차지해 살아간다. 하지만 떼까마귀는 오랫동안 농사를 망치는 유해 조류로 여겨져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대량 포획되면서 개체수가 급감했다. 둥지를 틀 곳을 잃은 붉은발조롱이의 개체수 역시 과거의 4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2006년, 팔라티츠는 헝가리 전역에 인공 둥지 상자 수천 개를 설치해 이 감소세를 반전시키려는 계획에 착수했다. 붉은발조롱이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 후 10년 동안 녀석들의 개체수는 두 배로 늘어났다.

붉은발조롱이의 개체수가 회복되자 팔라티츠는 그간 연구가 소홀했던 이 작은 맹금류에 대한 궁금증들을 해소할 기회를 얻었다. 예컨대 붉은발조롱이가 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이동 경로나 목적지는 알지 못했다. 이 정보는 녀석들이 일생의 절반을 어떻게 보내는지 이해하는 데 꼭 필요했다. 이에 팔라티츠와 연구 팀은 2009년부터 2015년 사이, 28마리의 붉은발조롱이에게 위치 추적 장치를 부착했다. 그 결과 몸무게가 약 115-200g에 불과한 이 작은 새들이 지중해와 사하라 사막 사이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닷새 만에 날아서 건널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붉은발조롱이들은 약 9700km에 이르는 대장정을 마치고 남아프리카에 도착해 몇 달간 머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팔라티츠(왼쪽)와 보전 비영리 단체를 이끄는 호세 “제카” 아고스티뉴가 수컷 붉은발조롱이 한 마리를 팔코폴리스 상공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 현재 팔코폴리스는 맹금류의 집단 서식지로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편에 속한다.
하지만 한 가지 수수께끼를 풀고 나니 또 다른 의문이 뒤따랐다. 이동 경로 자료를 분석해 보니 붉은발조롱이들이 북상하기 전인 3월에 모두 앙골라 중부의 한 좁은 구간을 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유가 무엇일까? 몇몇 팀원은 그저 우연에 불과하다고 여겼지만 팔라티츠는 그 구간에 붉은발조롱이들의 대규모 집단 서식지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말이 맞다며 맥주 한 잔을 내기로 걸었고 앙골라를 방문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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