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성하고 또 번성하는 해파리들
글 : 글로리아 디키 사진 : 칼 만치니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많은 수의 해파리가 해안으로 몰려들고 있다. 오래전부터 식용 해파리를 수백만 마리씩 채취해온 태국에서는 독침을 쏘는 이 부유 생물을 세계인의 식탁에 더 많이 올리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무덥고 습한 어느 날, 매끌롱강과 태국만이 만나는 곳 인근에 자리한 사뭇송크람에서 완리 무엔사왓이 공장 안을 거닐며 상자들을 살펴보고 있다. 그 상자들에는 납작하게 눌러 말린 해파리가 한가득 담겨 있다. 해마다 약 1000t에 달하는 유령처럼 투명한 이 부유 생물이 그녀의 가공 시설을 거쳐 간다. 태국만과 안다만해 연안에서 어부들이 건져 올린 것들이다. 20여 년 전, 무엔사왓은 ‘촉디 시 프로덕츠’를 창업하는 일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 “냄새가 아주 많이 나는 사업이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그녀는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식용 해파리를 찾는 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시장은 중국이었다. 중국에서는 보통 가늘게 썬 해파리에 양념이나 소스를 곁들여 냉채 요리로 먹는다. 그 후 몇 년 동안 중국의 중산층이 크게 늘어나고 한국과 일본에서도 해파리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왔다.그녀의 직원들은 독성이 강한 해파리를 판매할 수 있는 식품으로 탈바꿈시킨다. 먼저 그들은 해파리의 주름진 구완(길고 두꺼운 팔 모양의 기관)과 독침을 쏘는 촉수를 제거한다. 그런 다음 고운 소금으로 한천질의 몸통을 건조시킨다. 몇 주씩 걸리는 이 과정은 독소를 제거하는 데 필수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록된 해파리는 2000종이 넘지만 그중 식용으로 분류된 것은 약 35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독성이 너무 강해 안전하게 가공할 수 없거나 살이 적어서 제대로 된 식감을 내기 어렵다. 촉디 시 프로덕츠가 주로 취급하는 것은 태국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많이 잡히는 종인 모래해파리와 흰해파리다. 이 업체가 출하하는 제품은 건강에 좋은 저칼로리 해산물로 아삭한 식감에 담백한 맛을 낸다. 이 제품에는 콜라겐이 풍부하고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은 거의 들어 있지 않다.
해파리가 갈수록 많아지면서 전 세계의 과학자와 기업가들은 이를 활용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때로는 해파리 대량 출현이라는 골치 아픈 상황에 대응해 어획을 장려하는 것이 목표가 되기도 한다. 해파리의 일시적인 폭증은 어업을 방해하고 해수욕장을 폐쇄하게 만들며 취수관을 막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몸집이 큰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대거 몰려와 어민들이 불편을 겪자 과학자들이 이를 비료로 활용하기 위한 시범 사업에 나섰다. 유럽에서는 성가신 해파리들을 상품화하기 위해 700만 달러 규모의 사업을 추진했는데 그중에는 해파리의 점액으로 미세 플라스틱을 걸러내는 필터를 만드는 방안도 있었다.
해파리 개체수가 많아질 것으로 내다본 태국 정부는 이 물컹물컹한 부유 생물을 차세대 건강 식품으로 탈바꿈시키는 연구에 자금을 지원해왔다. 해파리를 적어도 팔릴 만한 간식으로 만들거나 콜라겐이 풍부한 살에서 상품화가 가능한 다른 용도를 찾아내려는 것이다.
태국의 식품과학자들로 구성된 한 연구진은 건강에 더 좋은 크래커를 만들기 위해 밀가루 대신 잘게 간 해파리를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또 다른 연구진은 가공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로 젤라틴을 만드는 방법을 시도했다. 최근에는 해파리의 콜라겐을 동맥 경화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본 연구도 있었다. 어떤 연구진은 ‘서퍼시’라는 바삭한 해파리 간식을 태국과 일본에 출시하기도 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려면 그에 걸맞은 새로운 가공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태국 정부는 어획물을 더욱 효율적으로 보존해주는 태양열 건조기 같은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에도 자금을 지원해왔다.
물론 지금까지 전 세계의 해파리 활용론자들이 풀지 못한 가장 큰 과제는 아시아 외 지역의 소비자들도 기꺼이 받아들일 만한 식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문화뿐 아니라 규제의 차이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일례로 유럽 연합에서는 이를 ‘신식품’으로 분류해 섭취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방콕 치트랄라다 기술연구소의 식품과학자이자 서퍼시의 공동 개발자인 벤자완 툼타나룩은 몇 년 전 스위스의 한 식품 박람회에서 자신이 만든 해파리 과자를 선보였다. 그녀에 따르면 시식하려던 많은 사람들이 그 간식에 독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막상 먹어본 뒤에는 반응이 매우 좋았다.
툼타나룩은 이러한 부정적 인식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전 세계적으로 건강 관련 문제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영양가 있는 식품을 제공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생태계 측면에서도 해파리 대량 출현이라는 문제가 발생했죠. 그렇다면 해파리를 활용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녀는 말한다.
촉디 시 프로덕츠의 무엔사왓에게도 자신만의 신식품이 있다. 바로 태국 해역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종인 캐논볼해파리다. 무엔사왓은 지난해부터 멕시코산 캐논볼해파리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틱톡에서 해당 종이 큰 인기를 끈 이후의 일이었다. 아시아의 인플루언서들이 처음 공개한 그 인기 영상들에는 창작자들이 데친 해파리를 맛보고 의외로 아삭아삭한 식감에 깜짝 놀라며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인터넷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오늘날의 이색적인 음식이 내일이면 식료품점 진열대에 오를 수도 있다. 해파리를 미래 식품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소셜 미디어상에서 해파리가 화제가 되는 순간이야말로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