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달 탐사차 제작기
글 : 크리스 건 사진 : 로빈 조지 앤드루스
기술자들이 지구가 아닌 ‘달’에서 달릴 전천후 탐사차를 만드는 고난도 과제에 도전한다.
몇 달 전, 거대한 바퀴에 개방형 조종석을 갖춘 사륜차 한 대가 미국 콜로라도주 푸에블로 외곽의 비포장도로를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이 차량은 아주 특별한 곳을 달리기 위해 제작됐다. 길가에 세워진 표지판에서 그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바로 ‘달 탐사차(LTV) 시험장’이었다.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루나 아웃포스트’의 창립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저스틴 사이러스였다. 루나 아웃포스트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올해 초 차세대 LTV를 개발하고 생산하도록 선정한 두 기업 중 하나다. NASA는 앞으로 10년 동안 수십 대의 인공위성과 드론, 착륙선을 달에 보낼 계획이다. 이 모든 사업은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으로 그 장기적인 목표는 달에 영구 기지를 세우는 것이다.
이러한 야심 찬 계획들을 실현하려면 NASA는 성능이 뛰어나고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LTV가 여러 대 필요하다. 루나 아웃포스트가 선보인 견고한 차량은 ‘이글’이라고 불린다.
안타깝게도 달의 남극은 태양계에서 손꼽히는 혹독한 환경이다. 햇빛이 비치는 곳은 기온이 약 54°C 이상으로 오르는 반면 영구적으로 그늘진 분화구 내부 일부는 영하 약 240°C까지 뚝 떨어진다. 태양 폭발로 인해 달 표면에는 인간과 전자 기기 모두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만한 강한 방사선이 쏟아진다. 게다가 달 표면으로 끊임없이 떨어지는 미세 운석들은 마모성의 전기를 띤 먼지 입자를 일으켜 전선과 우주복을 부식시킬 수 있다.
이런 혹독한 환경을 견뎌내기 위해서라도 아르테미스 계획의 우주 비행사들에게는 과거 세대가 사용했던 LTV보다 훨씬 더 견고한 차량이 필요하다.
민간 기업들을 대상으로 차세대 LTV 설계를 공모할 당시 NASA는 단순히 기존 모델의 개량형이 아닌 전면 재설계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NASA의 요구 사항에 따르면 각 LTV는 한 번의 배터리 충전으로 하루에 약 19km를 달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LTV는 펼침식 태양광 패널부터 기지 건축용 부품까지 대량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제작돼야 한다. 여기에 NASA는 각 LTV의 수명이 10년은 되도록 요구했다. 일회성 소모품에 가까웠던 과거 LTV와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요구 조건인 셈이다.
하지만 신형 LTV의 가장 큰 개선점은 아마도 우주비행사들이 지구로 돌아간 뒤에도 계속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일 것이다. 두 LTV 모두 자율 주행은 물론 지구에 있는 관제실에서 원격 조종도 가능하다. 두 차량은 위험천만한 달 표면을 주행하기 위해 유사한 방식의 기술을 사용한다. 바로 스테레오 카메라(입체 사진 촬영용 카메라)와 레이저 펄스를 이용해 주변 환경을 지도화하는 라이다 시스템이다.
LTV가 사람의 도움 없이 작동하려면 별도의 유지 및 보수가 필요 없어야 한다. 따라서 컴퓨터와 배터리, 전력 분배 장치 같은 내부 시스템은 모두 이중으로 구성돼 한 부품이 손상되더라도 차량 전체가 작동을 멈추는 일이 없도록 설계됐다. 합금을 겹겹이 쌓아 만든 다층 구조의 차폐막은 미세 운석의 충격을 완화하고 분산시킬 것이다. NASA는 부식성이 강한 달 먼지로부터 차량을 보호하기 위해 아주 얇고 투명한 전극을 개발했다. 이 전극은 어떤 표면에든 붙일 수 있으며 스위치를 켜는 즉시 반대 극성의 전류를 방출해 전하를 띤 먼지 입자들을 제거할 수 있다.
지난가을, 본 협회 직원들은 이글과 아스트로랩이 개발한 LTV 시제 차량 ‘FLEX’는 물론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인튜이티브 머신즈’의 ‘문 RACER’까지 직접 시운전을 해봤다. 다만 문 RACER는 최종적으로 NASA의 계약 대상으로는 선정되지 못했다. 우리가 직접 운전해본 시제 차량들은 최고급 사양으로 꾸며진 상태였다.
콜로라도 사막의 거친 지형에서 이글을 운전해보니 차체의 육중한 무게감이 무색할 만큼 안정감이 느껴졌다. 부드러운 서스펜션 덕분에 움푹 파인 곳이나 자갈밭 위도 매끄럽게 지나갈 수 있었다. 운전대 대신 조이스틱으로 조종한다는 점만 빼면 사륜 오토바이를 모는 것 같았다. 한편 FLEX는 적응형 서스펜션 덕분에 움직임의 범위가 놀라울 정도로 넓었다. 우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교외에 있는 아스트로랩 본사 주차장에서 차량을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려보고 앞뒤로 기울여보고 옆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여봤다.
이제 루나 아웃포스트와 아스트로랩이 마주한 과제는 각 기업의 시제 차량을 빠르게 재설계하는 것이다. 더 저렴하고 가벼우면서도 핵심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되 불필요한 기능은 덜어내는 것이다. 루나 아웃포스트는 기존 차량인 이글을 개선해 ‘페가수스’라는 신형 모델을 만들고 있으며 아스트로랩은 FLEX의 기본 구조를 바탕으로 소형 유인 LTV인 CLV-1을 개발하고 있다.
“NASA에서 새로운 요구 조건과 일정을 제시했습니다. 우리는 그대로 따르기로 했죠.” 사이러스는 말한다. 그 후 사이러스의 팀원들은 두 대의 시험용 차량을 설계하고 제작했으며 고온 및 저온 환경 시험을 진행하고 달 표면의 환경을 그대로 재현한 모의실험에서 차량의 성능을 검증했다. 새롭게 개선된 소형 차량들은 극한의 환경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으며 원격 조종 및 자율 주행 기능은 그대로 갖추겠지만 수명은 단 1년으로 설계될 예정이다. NASA는 각 기업에 약 2억 2000만 달러를 지원해 이번 재설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각 기업이 완성된 LTV를 인도하면 NASA는 아르테미스 4호 임무에 앞서 차량 한 대, 혹은 두 대 모두를 달에 보내 미리 배치할 계획이다. 2028년 우주비행사들이 달에 착륙했을 때 그 비행사들을 태울 탐사차가 이미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도록 말이다. 그러는 동안 루나 아웃포스트와 아스트로랩의 기술자들은 계속해서 LTV의 성능을 한층 더 높여갈 것이다. 모든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이 LTV들은 인류 최초로 지구 밖 천체에 기지를 건설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바로 그런 미래를 가슴 뛰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매슈스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