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임신부와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
글 : 애나 루이 서스먼 사진 : 니콜 소베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오르자 연구원들은 시급한 과제에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바로 임신부와 태아가 점점 더 큰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우르셀라 살바도르는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팔라우에 있는 마을 응그리일에 살고 있다. 이곳에서는 엄마가 돼가는 과정에서 여러 의식을 거친다.
하지만 결혼 생활 대부분의 기간 동안 살바도르는 자신이 그런 의식들을 치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전남편과 5년간 아이를 가지려 노력했지만 끝내 임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남편과 재혼할 무렵에는 살바도르가 이미 37살이었고 엄마가 되겠다는 기대도 거의 접은 상태였다. 그래서 지난여름, 배가 부풀어 올라 병원을 찾았다가 뜻밖에도 자신이 임신 5개월째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그녀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엄마와 이모들은 자신들이 지켜왔던 여러 전통을 계속 이어가라고 권했다. 살바도르는 그 조언대로 현지 약초를 넣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목욕을 했다. 피부에는 야자유를 발랐다. 그렇게 하면 임신 중 호르몬 변화로 생기는 색소 침착 질환, 즉 기미를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살바도르로서는 팔라우 여성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온 전통을 따른다는 점이 자랑스러우면서도 그중 몇 가지가 상당히 견디기 힘들었다. 야자유를 온몸에 바른 채 밖에 나가면 마치 기름에 튀겨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랫동안 엄마가 되기를 꿈꿔온 살바도르였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맞닥뜨리게 됐다.
팔라우는 임신부가 폭염에 노출되는 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비영리 단체 ‘클라이밋 센트럴’의 연구진이 내놓은 것이다. 이들은 247개 국가 및 지역의 최근 및 과거의 기온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폭염일은 각 지역에서 과거 날씨를 기준으로 상위 5% 안에 드는 무더운 날을 뜻한다. 이러한 날에는 신생아 사망의 주요 원인인 조산을 비롯해 여러 나쁜 결과가 생길 위험이 커진다.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이 같은 폭염일이 팔라우에서는 2020-2024년 사이 연평균 77일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그중 단 하루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날이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연중 두 달 반가량은 임신부와 태아가 위험에 노출된다는 의미다.
살바도르는 임신 7개월 차에 접어들었을 무렵 조기 진통이 찾아와 병원에 갔다. 조산사는 폭염이 조기 진통을 유발할 수 있다며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물을 많이 마시라고 당부했다. 조산사는 한 젊은 임신부가 탈수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결국 아이를 잃은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줬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무서웠어요.” 살바도르는 말한다.
살바도르는 남은 임신 기간 내내 커튼을 치고 에어컨을 최대로 틀어놓은 채 침실에 틀어박혀 지냈다. 그나마 그녀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팔라우에서는 에어컨을 틀 여유조차 없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바도르는 임신 34주 차에 속옷에서 핏자국을 발견하고는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진통 간격이 점점 짧아지던 그 순간, 아기의 심박수가 뚝 떨어졌다. 자연 분만을 원했지만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곧바로 제왕 절개술을 받았고 결국 예정일보다 한 달 이상 일찍 태어난 아들 머내시는 카테터를 달고 호흡을 위해 지속적 양압기(CPAP)에 의존한 채 첫 한 달을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 보냈다.
이제 한 살이 된 머내시는 건강하고 튼튼하지만 갓 태어났을 당시에는 정말 위태로울 만큼 연약했다. 살바도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조산아가 태어났다는 이야기는 정말 드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이야기를 어찌나 자주 듣는지 이제는 조산이 흔한 일이 돼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임신부가 위험에 처해 있는 곳은 팔라우만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극심한 폭염의 여파는 공중 보건 차원에서 시급한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광범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살바도르 같은 수백만 명의 여성과 그 아기들은 자신들이 유발한 적이 거의 없는 기후 위기 때문에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기온 상승은 이미 조산뿐만 아니라 임신성 당뇨병과 선천성 기형, 심지어 사산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이제야 비로소 더위가 산모와 태아 모두를 어떻게 위협하는지 그 원리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한편 기후변화의 영향을 특히 크게 받는 지역에서는 더위를 식혀줄 참신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