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비밀
글 : 스티븐 S.홀 사진 : 프리츠 호프만
인간의 유전자에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들이 담겨 있다. 과학자들이 이제 그 비결들을 밝혀내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상쾌한 어느 1월 아침, 주세페 파사리노는 은색 소형 화물차를 몰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올라가 이탈리아 본토 남단에 있는 칼라브리아 주 내륙으로 들어갔다. 멀리 보이는 아스프로몬테 산맥 정상에는 흰 눈이 덮여 있고 인근에 있는 나무들에서는 오렌지가 익어가고 있었다. 과수원과 올리브 농원 사이로 도로를 따라 올라가는 동안 칼라브리아대학교 유전학자 파사리노는 동료 학자인 노인병 전문의 마우리치오 베라르델리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이 가는 곳은 특이하게도 인구 2000명 중 100세를 넘긴 장수 노인이 4명이고 99세 노인도 4명이나 살고 있는 몰로키오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이윽고 마을 외곽에 들어서자 그들은 집 안의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앞에서 불을 쬐고 있는 106세의 살바토레 카루소를 만났다. 이 지방 사투리로 ‘우 라주네리’, 즉 회계사로 알려진 카루소는 이탈리아어로 발행되는 타블로이드판 대중지에 실린 세계의 종말에 관한 기사를 차분히 읽고 있었다. 벽난로 위에는 생일이 1905년 11월 2일로 기록된 그의 출생증명서가 액자에 끼워져 있었다.
카루소는 파사리노와 베라르델리에게 자신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했고 기억력도 아주 좋아 보였다. 그는 자신이 초등학생이던 1913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떴고 1918~1919년에 살인 독감이 세계적으로 유행해 어머니와 남동생이 죽다 살아난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또 1925년에는 어떻게 자신이 낙상 사고로 다리가 두 군데나 부러져 의병제대를 했는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베라르델리가 몸을 앞으로 숙이며 어떻게 이 나이까지 장수하게 되었느냐고 묻자 카루소는 짓궂게 웃으며 대답했다. “술 안 먹고 담배 안 피우고 여자를 밝히지 않았지.” 또 자랄 때 무화과와 콩을 많이 먹고 붉은 고기는 거의 먹지 않았다고도 했다.
파사리노와 베라르델리는 뒤이어 만난 103세의 도메니코 로메오에게서도 거의 똑같은 얘기를 들었다. 104세인 마리아 로사 카루소의 얘기도 마찬가지였다.
차를 몰고 코센차에 있는 연구실로 돌아가면서 베라르델리가 말했다. “유독 과일과 채소를 더 즐겨 먹었다고들 하는군요.”
그러자 파사리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받았다. “먹을 게 그런 것밖에 없었으니까 그랬겠죠.”
식사량을 심하게 줄이는 것과 장수가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지난 수십 년 동안 꾸준히 발표돼왔다. 그러나 요즘 와서는 이 이론에 과학적으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열량 섭취 제한과 장수의 연관성에 의문을 품는 연구 결과가 최근 여러 건 발표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