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로 황제 재평가하기
글 : 로버트 드레이퍼 사진 : 리처드 반스, 알렉스 마욜리
그는 두 명의 아내를 죽이고 어쩌면 모친까지도 살해했을지 모른다. 로마를 불태운 장본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로마가 불탈 때 결코 수금을 연주하지는 않았다. 현재 일부 학자들은 그가 사악하기만 했던 인물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이탈리아 로마의 오피오 언덕. 오늘날 아담한 공원이 있는 이곳에서 젊은이들은 한가로이 축구공을 차고, 노부부들은 개를 산책시키며, 뜨내기들은 숯불을 피운다. 이 언덕 밑에는 로마 역사상 가장 거대한 궁전의 일부가 파묻혀 있다.
궁전의 이름은 도무스 아우레아로 네로가 자신을 위해 직접 설계한 황금의 집이다. AD 68년, 서른 살 황제의 광기 어린 통치가 막을 내리고 그가 심복에게 자신의 목에 칼을 꽂을 것을 명령한 후 “나같이 위대한 예술가가 죽다니!”라는 말을 뱉으며 숨을 헐떡일 때도 그의 궁전은 완공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의 뒤를 이은 몇몇 황제들은 이 궁전을 외면하거나 구조를 변경했고, 104년에는 트라야누스 황제가 궁전의 벽과 둥근 천장들을 재활용해 유명한 목욕장이 들어설 토대를 만들었다. 그 후 1400년 동안 이 궁전은 땅속에 파묻힌 채 완전히 잊혀졌다.
그러다가 1480년경 오피오 언덕을 파기 시작한 발굴자 몇 명이 티투스 목욕장의 잔해로 보이는 유적을 발견했다. 그들 가운데 한 명이 땅이 꺼져 돌무더기 사이로 떨어졌는데 위를 올려다보자 화려한 프레스코화로 뒤덮여 있는 천장이 보였다. 라파엘로, 핀투리키오, 조반니 다 우디네 같은 위대한 르네상스 예술가들이 그 구멍 속으로 내려가 반복되는 장식용 무늬들을 연구했고 이후에 여러 궁전과 로마 교황청에 이 무늬를 모사했다. 발굴이 진행될수록 더욱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광활한 공원과 인공 호수 터가 내려다보이는 기다란 열주식 회랑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한때 벽과 둥근 천장들을 뒤덮었던 황금의 흔적들과 이집트와 지중해의 채석장에서 가져온 대리석 조각들이 출토됐으며, 돔 지붕으로 덮인 웅장한 팔각형 방도 나왔다. 이 돔은 하드리아누스 황제 때 지은 판테온보다 60년 앞서 지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