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파라디소 국립공원
글 : 제러미 벌린 사진 : 스테파노 운테르티네르
과거 왕실의 사냥터였던 그란파라디소 국립공원에는 이탈리아의 야생이 보존돼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청명한 여름날 아침,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마을 데기오즈에서 루이지노 요콜레가 동네 소식을 전하고 있다. 요콜레와 백발의 네 남자는 달콤한 페이스트리 향이 그득한 작은 카페에 앉아 카푸치노를 홀짝이고 있다. 그들은 운동 경기나 정치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
“둥지가 세 개야!” 요콜레가 흥분해서 외친다. “1km 안에 둥지가 세 개라니! 놀라운 일이야.” 친구들은 중얼대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은 지금 그들의 동네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알프스 산맥에서 모습을 감춘 지 100년 만에 처음으로 야생에서 번식하고 있는 수염수리 한 쌍이 검독수리 두 쌍의 둥지 근처에 터를 잡은 것이다. 어쩌면 다른 지역에서는 이 멋진 맹금류가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과 최상위 포식자 두 종이 서로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광경에 다들 환호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야생과 문명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그란파라디소 국립공원에서는 이런 일이 일상이다.
그란파라디소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이다. 1922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710km²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며 그라이안 알프스 내에 있고 이탈리아의 북서부에 있는 험준한 피에몬테 주와 아오스타 계곡 지역을 가로지른다. 하지만 인접해 있는 프랑스의 바누아즈 국립공원과 합치면 서유럽에서 가장 큰 야생보호구역에 속하게 된다.
토리노에서 차로 한 시간을 달리면 목적지에 이르2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속도로가 갈짓자의 가파른 산길로 바뀌면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연상시키는 풍경들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문명화된 유럽의 한가운데에서 그란파라디소 국립공원은 지상의 낙원처럼 눈부시게 번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