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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포강

홍수의 재앙을 몰고 오는 공포의 대상임에도 이 강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과 열정을 지녀온 이탈리아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길이 652km, 최대폭 500m인 포강이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강이라는 사실을 이탈리아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나일강이나 양쯔강에 비하면 한낱 실개천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강을 논할 때 크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7만km2에 이르는 분지에서 흘러 드는 141개의 지류가 모여 형성된 포강은 프랑스 서쪽 접경 지역에서 발원해 이탈리아 북부를 가로질러 동쪽 아드리아해로 빠져나가면서 광활하고 비옥한 파다나 평야를 만들어냈다. 현재 이 지역에는 이탈리아 인구 중 3분의 1에 가까운 1600만여 명이 살고 있다. 파다나 평야는 유럽 최대의 집약농업 지대에 해당하며 강 유역에는 피아트 자동차 본사가 있는 토리노를 비롯해 피아첸차, 파비아, 크레모나, 만토바, 페라라 등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답고 유서 깊은 도시들이 자리잡고 있다. '일 그란데 피우메(위대한 강)'라고도 불리는 포강은 경외의 대상임에는 분명한데, 어떤 이들에게는 애정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포강이 인간에게 많은 시련을 안겨주었다고는 하지만 인간 역시 포강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제지용 펄프를 확보하기 위해 강변을 따라 포플러(은백양) 인공림을 조성하면서 거의 25%의 식생을 파괴시킨 데다가 수력발전 댐도 건설한 것이다. 또한 강의 두 지류를 끼고 있는 인구 130만의 도시 밀라노에서 하수정화시설 하나 거치지 않고 날마다 흘러 나오는 생활하수뿐만 아니라 농업용·산업용 물질도 포강을 오염시키고 있다(하기야 밀라노만한 규모의 도시로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조차 생활하수 문제로 유럽환경청(EEA)의 비난을 받았으니 밀라노만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한 건설자재용 모래와 자갈이 연간 2500만m3씩 불법 채취되면서 강바닥 여기저기에는 큰 구멍이 패었고, 배의 운항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구불구불했던 물길을 곧게 바꿔놓은 구역들도 있다. 도시와 경작지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아르지니'라는 인공 흙제방도 포강 전체의 절반이 넘는 구간에 걸쳐 축조해놓았다. 이런저런 공사들이 포강의 범람을 부추기면서 강의 파괴력도 자꾸 커져만 갔다.
그런데 이렇게 포강으로 야기되는 문제들을 끊임없이 열거하는 중에도 사랑의 속삭임이 들린다. 이 속삭임은 물소리와 바람소리가 반반씩 섞인, 말 없이 흐르는 포강의 음성 같기도 하고, 수면 위에 부는 바람이 아니라 강 속 깊이 있는 울퉁불퉁한 강바닥에서 나는 잔물결의 소근거림 같기도 하다. "포강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들은 포강에게 한쪽 뺨을 맞게 되더라도 다른 쪽 뺨을 마저 내밀 겁니다." 한 남자의 말이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도 이런 열정에 대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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