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이 밝혀진 디데이의 비화
1944년 6월 6일, 미국·영국·캐나다 연합군 20만 명이 프랑스 노르망디의 5개 해변에 상륙해 나치로부터 유럽을 해방시킬 교두보를 확보했다. 비밀 지도 작성, 실전 예행연습, 대대적인 허위정보 날조 등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알려지지 않았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BIGOT는 암호명 속의 암호명으로 극비보다 더 엄중한 보안을 요하는 기밀 중의 기밀이었다. 해군의 역할과 수륙양용적인 측면 때문에 바다의 신 '넵튠'을 상륙작전 암호명으로 채택한 디데이 입안자들은 디데이 날짜와 장소를 파악하는 데 작은 실마리라도 제공할 수 있는 서류나 지도가 유출되지 않게 하려면 더욱 철저한 보안조치를 취해야 함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들은 1942년 11월 북아프리카 상륙작전 때 지브롤터(Gibraltar)로 가게 될 장교들의 서류에 찍었던 'To Gib'라는 두 단어를 역순으로 나열해 특이한 암호명 BIGOT('독불장군'이라는 뜻)를 만들어냈다.디데이 날짜와 장소에 대한 정보를 전달 받을 대상자들은 사전에 철저한 신원조회를 거쳐야 했고 이를 통과하면 'Bigoted'라고 불렸다. 슬랩튼 샌즈 앞바다의 참사 소식이 전해지자 아이젠하워는 전사자나 실종자 중에 Bigoted가 있는지부터 알고 싶어했다. 조사 결과 Bigoted는 약 10명이었고 이들의 시신과 서류는 모두 회수됐다. 그러나 독일군이 다른 전사자들의 시신에서 어떤 기밀을 알아내지는 않았을까? 연합군의 암호해독 전문가들은 독일군이 디데이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는지의 여부를 알아내려고 며칠 동안 독일측의 교신 내용을 감청했다. 그 결과 아무런 정보도 입수하지 못한 것으로 판명돼 디데이에 관한 기밀은 아직 유출되지 않은 상태였다.
BIGOT 지도와 문서는 외부와 격리된 비밀 장소들에서 작성됐다. 그런 장소는 런던 셀프리지스 백화점 안에도 있었는데, BIGOT 요원들은 뒷문으로 출입했다. 그리고 다수는 단편적인 정보만을 다뤘기 때문에 막연히 아군을 돕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었다. 다른 BIGOT 요원들은 런던과 잉글랜드 남부에서 연합군 참모들과 함께 일했다. 영국 국왕 조지 6세가 사령선을 방문해 커튼이 쳐진 방안에 무엇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조차 보초를 서던 장교가 정중히 답변을 회피했을 정도로 BIGOT 프로젝트의 보안은 철통 같았다. 그 장교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무도 폐하가 Bigoted라는 말을 내게 해주지 않았거든요." 이 보안 시스템도 어쩌다 구멍이 뚫릴 때가 있었다. 1944년 3월, 미 육군 병장이 실수로 BIGOT 서류들을 소포에 넣어 누이에게 보낸 일이 있었다. 그 안에는 상륙작전의 디데이와 장소가 적혀 있는 서류들도 끼여 있었다. 그의 집안은 독일계로 누이는 시카고의 독일계 거주지역에 살고 있었다. 그 소포는 시카고 우체국에서 우연히 개봉됐는데, 우체국측은 문서에 찍힌 "BIGOT"와 "극비" 도장을 보고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했다. 수사 결과 간첩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그 병장은 디데이가 지날 때까지 막사에 연금됐고 서류를 본 사람들은 모두 FBI의 감시를 받았다. 5월에 또 한 건의 심각한 기밀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미군 소장이 런던의 한 디너 파티에서 디데이는 6월 15일 이전이 될 것이라고 말해버린 것이다. 그는 강등되어 미국으로 송환됐다.
가장 희한한 기밀유출 사건은 런던의 데일리 텔레그래프지와 관련된 것이었는데, 이 신문의 십자말 풀이가 BIGOT 보안 장교들을 긴장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5월 2일자 십자말 풀이 정답 중에 '유타'가 나오더니 2주 후에는 '오마하'가 등장한 것이다. 그래서 십자말 풀이를 출제한 남자 교사는 감시 대상에 오르게 됐다. 그리고 다음에는 '멀베리'가 등장했는데, 이것은 디데이에 이용하기 위해 영국에서 비밀리에 건설하고 있던 이동식 항구의 암호명이었다. 그러고 나서 가장 경악할 만한 정답이 등장했다. 바로 '넵튠'이었다. 이번에는 그 교사가 체포됐다. 수사 당국은 여전히 황당했지만 결국 그 단어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우연의 일치였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미스터리는 1984년에 가서야 당시 그 교사의 학생이었던 한 남자에 의해서 풀렸다. 그가 근처의 군 기지들을 돌아다니다가 병사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그 단어들을 주워들었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교사가 학생들에게 십자말 풀이에 쓸 단어들을 알려달라고 할 때마다 그 희한한 단어들을 말해줬다는 것이다. 넵튠 작전 최대의 기밀이자 가장 중대한 사안은 연합군측의 수많은 첩보들을 취합하는 일이었다. 지도제작자들과 미술가들은 첩보를 토대로 여러 색상과 여러 층으로 이뤄진 BIGOT 지도를 만들어냈다. 아돌프 히틀러가 자랑하던 '대서양 장벽'도 자세히 그려져 있었는데, 이 장벽은 연합군의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해안선을 따라 구축해놓은 방어망이었다.
미국·영국·프랑스의 공작원들은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며 연합군이 상륙했을 때 만나게 될 장애물들을 찾아냈다. BIGOT 지도에 넣을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일부는 목숨을 잃기도 했다. 굴곡이 심한 노르망디의 해저 지형은 잠수병들이 알아냈다. 이들은 독일군 보초병이 순찰하는 해변에서 모래 표본을 채취하기도 했다. 나치에 의해 징집된 프랑스인 노동자들은 장애물 사이의 거리를 보폭으로 측정하거나 독일 군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노르망디 남부 캉에 있는 독일군 사령부 건물 수리작업에 동원된 한 페인트공은 '대서양 장벽' 요새들의 청사진을 훔쳐내기도 했다.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조직도 연합군에 귀중한 정보들을 전달했는데, 교량과 운하 수문에 대한 정보는 특히 유용했다. 무선전신기사들은 독일군의 통신 감청을 피하기 위해 짤막한 전보를 보내고 나서는 장소를 옮기곤 했다. 다른 메시지들은 캡슐에 담겨 통신용 비둘기에 의해 영국에 전달됐다. 이 비둘기들은 영국 공군이 낙하산에 매단 새장에 넣어 독일군 치하에 있던 노르망디의 레지스탕스 대원들에게 투하해준 것이다. '날개 달린 스파이'의 존재를 알아차린 독일군이 저격병과 매를 이용해 비둘기들을 끌어내렸으나 수천 가지 메시지가 영국으로 무사히 전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