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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의 제국들

와리와 티와나쿠,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잉카제국보다 무려 8세기나 앞서 안데스 지방의 광범위한 영토를 지배하며 독창적인 문화를 꽃피웠던 두 제국의 이름이다. 아메리카대륙에 최초로 건설된 제국들이었을지도 모르는 이들의 비밀이 1000년이 흐른 지금,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페루에 위치한 고대제국 와리의 왕실무덤. 도굴꾼들은 곡괭이와 삽으로 무덤을 파헤친 후 밧줄을 타고 돌로 쌓은 통로를 내려갔을 것이다. 그리고 죽은 왕족을 기리기 위해 넣어둔 부장품들을 훔쳐 달아났을 것이다. 지금은 내가 손전등을 든 채 울퉁불퉁한 입구로 비집고 들어가고 있다. 세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안데스의 고대제국, 와리가 남긴 정교한 돌무덤을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서다. 와리인들은 잉카제국이 생겨나기 한참 전에 이미 그에 못지않은 규모의 국가를 건설했으며 그 존속 기간은 훨씬 더 길었다. 잉카제국이 간신히 100년을 넘긴 데 비해 와리제국은 이웃해 있던 티와나쿠제국과 마찬가지로 서기 600년경부터 1000년경까지 족히 400년 이상 지속됐던 것이다. 이 양대 문명은 후대의 안데스 제국들이 제국을 건설하는 데 토대가 되었다.
나는 고고학자 월리엄 이즈벨을 따라 밧줄로 엉성하게 만든 사다리를 타고 2m²넓이의 어두컴컴한 지하 통로로 내려갔다. 밧줄 고리의 간격이 워낙 넓어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기보다는 그냥 미끄러져 내려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입구에서 5m를 내려가자 돌투성이 바닥이 나왔다. 손전등을 켜고 주변의 돌벽을 자세히 살펴봤더니 거친 표면을 일일이 다듬은 돌덩어리들이 완벽하게 맞물려 있었다. 밑에서 이즈벨이 큰 소리로 방향을 알려준다.
"뒤에 작은 구멍이 있을 겁니다. 그리로 기어서 내려오세요. 머리 조심하고요." 무너져 내릴 듯한 어두컴컴한 통로를 손전등으로 비추며 1.5m를 내려갔더니 더 작은 방이 나왔다. 천장은 커다란 돌판들로 만들어져 있었고 바닥은 먼지가 뽀얗게 앉은 돌덩어리들로 뒤덮여 있었다. 천장이 낮아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나도 이즈벨처럼 몸을 웅크려야 했다.
"와리인들은 이 무덤을 라마 모양으로 만든 다음 돌로 내벽을 쌓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라마의 머리 부분이죠." 이즈벨은 손전등으로 돌벽 모서리들을 비추며 이렇게 설명하더니 "내 뒤쪽에 있는 방은 라마의 귀에 해당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나는 이즈벨 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길고 좁다란 벽이 있는 방 쪽을 쳐다보면서 머리 속으로 무덤의 형상을 그려보려고 애썼다. "이 앞쪽은 배와 다리 부분이고요." 이즈벨은 불빛으로 반대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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