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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의 역사

옛날 옛적에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온몸이 털로 덮인, 따뜻한 피를 가진 짐승이 태어났다. 그 후부터 이 포유류들은 지구 곳곳의 모든 서식지를 차지해왔다. 이것은 그들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이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기어오르는 최초의 어머니"라는 뜻의 에오마이아 스칸소리아 화석을 들고 서 있는 이 임신부는 곧 어머니가 될 것이다. 최근에 발굴된 이 포유류는 1억 2500만 년 전에 태반 생식을 하도록 진화하는 과정에 있었는데 그 시기는 과학자들의 추정보다 5000만 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이와 같은 화석들의 발견으로 포유류가 어떻게 출현했고 적응했으며 번성했는지에 대한 단서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오늘날에는 화석을 통한 연구 외에도 최첨단 유전자 기술을 동원해 우리 포유류의 진화 과정에 대한 오랜 의문들에 신선한 해답들이 제시되고 있다.
상상이 아닌 사실에 근거해 묘사해놓은 이 기괴한 동물들은 포유류의 두개골 특성과 파충류의 이빨을 가진 과도기적 형태의 쥐라기 동물들(맨 왼쪽 위, 합성 그림) 다음에 나타났다. 흑멧돼지를 연상시키는 유제류, 뿔 달린 고퍼(북미산 뒤쥐), 거대한 나무늘보, 네 발가락을 가진 말, 삽 같은 입에 이빨이 달린 코끼리의 조상, 잎코박쥐 따위가 수천만 년에 걸쳐서 출현했다가 결국에는 모두 사라졌다. "한창 때는 저마다 대단히 번성했죠. 각기 당시 환경에 적합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고, 체구며 습성이며 섭식 행동이 믿기 어려울 만큼 다양했죠." 브리스틀대학의 고생물학자 마이클 벤튼은 말한다. 우리에게 좀더 익숙한 형태인 인간(맨 위 오른쪽, 뼈)이 현세의 진화 단계를 나타낸다. "우리는 포유류 전체 진화 과정의 한 단계일 뿐이죠. 생명의 진화 가능성에 대한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려면 최초의 포유류에서부터 현재의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진화의 전 과정을 살펴봐야 합니다." 벤튼이 말한다.
모든 포유류는 서로 얼마나 긴밀한 관계에 있는 걸까? 새 유전자 정보를 통한 연구로 이런 복잡한 문제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되면서 기존 계보관계에 관한 이론들이 뒤집히고 있다. 현생 동물의 미토콘드리아 DNA와 핵 DNA를 연구하는 분자생물학자들이 통계적 방법을 사용해 유태반류를 새롭게 묶고 있다. 분류 결과, 새로운 상목(上目) 4개 조, 즉 코끼리·땅돼지·바위너구리가 속한 아프로테리아(Afrotheria), 나무늘보·아르마딜로·개미핥기가 속한 크세나르트라(Xenarthra), 바다표범·고양이·고래·말이 속한 로라시아테리아(Laurasiatheria), 영장류·설치류·토끼가 속한 유아르콘토글리레스(Euarchontoglires)가 나왔다. 유전자 정보를 근거로 묶인 이들 중 일부는 화석 기록에 의한 분류와 일치하지 않아(14-15쪽 참조) 과학자들간에 많은 논란을 야기시켰다. 한편, 협력관계도 이뤄져 보다 정교하게 제작된 유전자 지도는 현실적으로 수의학과 인간 질병 분야에서 좀더 나은 새 치료법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세렝게티 평원의 '흐르는 모래(Shifting Sands)'라 불리는 모래언덕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수많은 포유류들이 이동하는 모습이 보인다. 누, 얼룩말, 가젤. 평원이 이들로 새까맣다. 지금은 누의 번식기라 새끼들을 뒤에 달고 다니는 긴 수염의 녀석들이 많았다. 출산이 임박해 보이는 배를 하고 걷고 있는 녀석들도 있다. 멀리서 이들의 모습은 마치 최근에 내린 비로 풀이 파릇파릇하게 자라난 목초지를 향해 남동쪽으로 평화로이 이동해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좀더 가까이서 살펴보면 그 속엔 별의별 일들이 다 일어난다. 갑자기 어린 그랜트가젤 한 마리가 누 무리 사이로 뛰어든다. 그 뒤로 어미가 바짝 붙어 간다. 하이에나 한 마리가 이들을 추격한다. 어미 가젤이 속도를 늦추면서 살짝 몸을 피해 이 굶주린 포식자를 따돌린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새끼는 잔뜩 겁을 먹고는 잘못된 방향으로 돌아 순식간에 하이에나의 이빨에 덜미를 물리고 만다. 몇m 떨어진 곳에서 어미 가젤이 귀를 실룩대며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 있다. 그러다 마치 자포자기 상태가 된 듯 새끼가 죽는 현장 근처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자칼 두 마리를 향해 돌진한다. "어미는 감정을 느끼는 게 분명한데 입증할 방법이 없어요." 야생동물학자 패트리샤 멜먼은 말한다. 이 포유류들의 이동과 함께 평원을 가로질러 움직이고 있는 4m 높이의 모래언덕인 '흐르는 모래'로 나를 데려온 사람이 바로 그녀다. "저들의 뇌가 사람의 뇌와 다르게 작용할지는 몰라도, 내 생각엔 고통을 느낄 거예요. 두려움도 있을 거구요. 분명 스트레스도 받을 겁니다. 우리와 같은 포유류이기 때문에 우리는 저 어미와 공감하죠." 이 지역 마사이족 여인들은 이 모래언덕을 성스러운 번식지로 여긴다. 실제로 이 지구상에서 털이 나 있고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인간과 형제뻘되는 포유류가 이처럼 장관을 이루며 많이 모여 있는 곳은 없다. 특히 누 떼가 이동하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누는 이런 풍경의 일부일 뿐이다. 수많은 포유류들이 아프리카 대륙의 이 평원에서 풀을 뜯고, 질주하고, 어슬렁거리고, 뒹굴며 지낸다. 이 모래언덕 근처에 위치한 응고롱고로 산에서는 어미 하마가 진흙 웅덩이에서 갓 태어난 분홍색 새끼에 코를 대고 문지르고 있고, 옆 길가에서는 사자 한 쌍이 한가로이 짝짓기를 하고 있다. 아카시아나무 숲에서는 한 무리의 기린이 높은 곳의 나뭇가지의 잎을 뜯고 있다. 2000만 년 전까지 기린은 유라시아 대륙의 숲에서 살았던 작은 포유류였다. 몇km 떨어진 곳에서는 코끼리들이 한낮의 목욕을 즐기려고 비가 내려 불어난 시내를 향해 육중한 걸음을 옮기고 있다. 과학자들이 최근에서야 알아내기 시작한 사실로, 가장 오래된 현생 포유류 계통 중 하나의 자손이 바로 이 코끼리일지 모른다. 영리한 사바나원숭이들이 잽싸게 나무에서 내려와 관광객들이 탄 밴의 열린 창문으로 들어와서는 먹을 것을 집어간다. 한편에서는 세렝게티 평원에 몇 마리 남지 않은 검은코뿔소 한 마리가 길게 자란 풀 사이를 은밀히 돌아다니고 있다. 굉장히 많은 수의 포유류들이 이 땅에 모여 사는데 생김새와 행동양식이 너무도 다양해 단 두 종류도 같은 조상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다. 그렇지만 하룻밤 동안 45kg에 달하는 풀을 먹어치우고 물 속과 땅 위를 오가며 생활하는 하마는, 흰개미처럼 여왕이 지배하는 큰 집단 내에서 땅속 생활을 하면서 덩이줄기를 갉아먹는 8cm 길이 핫도그 모양의 벌거숭이두더지쥐와 같은 계보의 동물인 것이다. 본질적으로 모든 포유류는 친척간이다. 최초의 포유류로 알려진 동물은 2억 1000만 년 전 공룡의 그늘 아래 그들과 함께 살았던 작은 뾰족뒤쥐 크기의 모르가누코돈이었다. 그들은 그 시기에 출현한 몇 종류의 포유류 중 하나였다. 인간을 포함해 모든 현생 포유류는 살아남은 한 계보의 후손들이다. 그 후 1억 4500만 년 동안 진화의 세월을 거치면서 우리의 먼 포유류 조상들은 공룡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고작 고양이만한 크기로 존재했었다. 그러나 6500만 년 전 지구에 대재앙을 불러온 소행성 또는 혜성, 어쩌면 일부 과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듯이 몇 개의 혜성들이 지구와 충돌해 공룡이 멸종하면서 포유류들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진화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공룡들이 사라진 자리에서 포유류는 지구의 자원을 맘껏 이용할 수 있었다. 소행성 충돌이 있고 나서 몇 백만 년 동안 포유류는 폭발적으로 분화했는데 이러한 사실은 화석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 작았던 초기 포유류들이 어떻게 하마와 뒤쥐를 포함해 털·발굽·엄니를 가진 포유류나 털 없이 심해를 헤엄쳐 다니는 포유류, 또는 나처럼 랜드로버를 타고 초원을 달리는 포유류로 변하게 된 걸까? 오직 인간만이 이 같은 질문을 제기하거나 그에 대한 답을 알고 싶어한다. 어떤 면에서 우린 최고의 포유류다. 우선, 우리는 온혈 동물이다. 또한 분화된 턱을 갖고 있는데, 턱관절은 진화 초기에 맞붙어서 귀뼈를 형성했고 그래서 우린 다른 동물들보다 더 잘 들을 수 있다. 우리는 음식물을 잘 씹고 으깨어 더 많은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게 해주는 복합적인 형태의 이빨을 가지고 있다. 우리 몸엔 털이 나 있고 젖이나 태반 생식과 같은 신체적 적응기관이 진화한 덕에 자식들이 출발부터 매우 유리한 위치에서 태어날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어머니들이다. 또한 큰 용량의 두뇌로 논리적인 판단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기본적 욕구 이상의 목표를 세워 이를 성취하기 위해 애쓴다. 우리는 우리가 진화해온 과거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그 과거가 우리의 미래에 대해 무엇을 말해줄지 궁금해한다. 이리저리 흙을 파고 돌아다니던 시절부터 DNA를 해독하게 된 지금까지,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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