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메마른 아타카마 사막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일부 지역은 인간이 강우량을 측정하기 시작한 이래 단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이 메마른 사막에서도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역경을 이겨내며 나름대로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모직옷을 입은 한 아이가 무릎을 꿇고 똑바로 앉아 있다. 머리에 쓴 검은 모자는 실을 짜서 만든 것으로, 정사각형 모양의 윗부분에는 작은 깃털이 달려 있다. 얼굴을 덮은 금속 가면 뒤로 아이의 땋은 갈색 머리가 살짝 들여다보인다. 이 가면은 사후 세계의 악령을 막는 데 필요한 것이다. 바싹 말라버린 이 아이의 시체는 500여 년 동안 아타카마 사막의 뙤약볕 아래 방치되어 있다가 1985년 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 미라는 한때 태평양과 안데스 산맥 사이에서 생존이 절대 불가능한 환경을 극복하며 가까스로 존속했던 문화의 흔적이다. 아타카마 사막은 페루의 남쪽 국경에서부터 칠레 북부까지 1000km 길이로 펼쳐져 있다. 얕은 연안 대륙붕에서 솟아오른 사막 지형은 사실상 생명체가 살지 않는 평원인 팜파스에 이르며, 평원지대는 강의 협곡들로 이어져 내려가기도 한다. 협곡의 사면에는 안데스 산맥에서 흘러내린 광물 퇴적물이 몇 겹의 층을 이루고 있다. 팜파스는 안데스 산맥 기슭의 구릉지대인 알티플라노로 비스듬히 연결된다. 이곳 알티플라노에서는 충적 염전 대신 만년설로 뒤덮인 높은 화산 지형이 나타난다. 이 화산들은 6100m 길이의 대륙 분수령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기후학자들이 '절대 사막'이라고 부르는 사막의 중심부는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아마도 인간이 강우량을 측정한 이래 단 한 번도 비가 내린 적이 없는 메마르고 위협적인 땅이다. 풀잎이나 선인장 그루터기 하나 볼 수 없고, 도마뱀도 각다귀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막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사막은 무자비한 살인마인 동시에 인정 많은 보호자이기도 하다. 수분이 없으면 아무것도 부패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엇이든 유물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아이들까지도. 오늘날 아타카마 사막에 사람들이 100만 명 이상 거주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들은 연안 도시, 광산촌, 어촌, 오아시스 주변에 모여 살고 있다. 아타카마 사막의 해안 산맥에 있는 천문대에서는 여러 나라의 천문학자들이 팀을 이뤄 티없이 맑은 하늘을 통해 우주를 연구하고 있다. 북단 지역의 억센 농민들은 대수층의 물을 이용한 점적관수 시스템으로 올리브, 토마토, 오이를 재배하고 있다. 알티플라노에서는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전부터 이 지역에 살던 원주민(대부분 아이마라족과 아타카마족)의 후손들이 라마와 알파카를 키우거나 작물을 재배한다. 남단 지역에 있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아타카마 사막을 환경이 손상을 받지 않는 불모지라고 여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1980년대 중반 칠레 정부가 아타카마 사막에 국제 핵폐기물 처리장을 건설하려고 계획했다가 국론 분열을 피하기 위해 건설안을 철회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아타카마 사막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어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죠." 북부 도시의 하나인 이키케에서 생물 교사로 일하고 있는 파트리시오 피셔의 불평이다. "아타카마 사막은 지도상의 공백이나 다름없죠." 대략적으로 칠레의 엘노르테치코(작은 북쪽)와 엘노르테그란데(큰 북쪽) 지역을 망라하는 '지도상의 공백'은 믿기 어렵지만, 지난 세기 동안 국가 경제의 주된 원동력이었고, 경제성장기에는 수많은 근로자들이 희망을 품고 아타카마 사막으로 몰려들었다. 1800년대 후반 아타카마 사막에서 초석(질산염)이 처음으로 개발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1930년대 들어 인공 초석이 만들어지자 칠레의 초석 산업은 곧 붕괴했다. 오늘날에는 구리, 은, 금, 철이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