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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의 보고 알래스카 해양동물보호구역

알래스카 국립해양야생동물보호구역에는 매년 여름 수많은 바닷새와 해양 포유류가 찾아와 번식한다. 그런데 지난 수십년간 알래스카 서부에서 해달, 바다사자 등이 급감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오렌지색 구명복을 껴입은 버넌 버드가 튀어 오르는 조디악 보트의 가장자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보트는 베링 해의 싸늘한 어둠 속에 솟아 있는 보고슬로프 섬을 향해 미끄러져 갔다. 버드 같은 생물학자들은 마치 이 섬이 성지라도 되는 듯이 이 섬의 이름을 부르는데 어떤 면에서는 사실이다. 보고슬로프는 러시아어로 '신학자'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섬의 해안으로부터 3해리 이내에서는 선박의 항해가 금지돼 있고 18해리 이내에서는 어로활동이 금지돼 있다. 이 섬을 관리하는 생물학자들조차 겨우 수년마다 한 번씩 섬에 들른다. 화산 분화로 생긴 흙 속에 사는 뿔눈댕기바다오리떼부터 검은 모래밭에 거대한 소시지처럼 늘어져 있는 바다사자(몸무게가 북극곰의 두 배) 몇 마리에 이르기까지, 섬 구석구석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자유로운 생활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다. "1973년에 처음 내가 이곳에 왔을 때 약 5000마리의 바다사자가 섬 주변을 빙 둘러싸고 있었어요. 우리는 상륙을 시도했지만 녀석들은 우리가 해변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했지요." 버드가 물속에서 첨벙거리며 해안으로 가면서 말했다. 지금 그는 고작 20여 마리의 바다사자를 목격했을 뿐이다. 녀석들은 바다사자의 친척뻘인 더 작고 더 짙은 색의 북방물개 무리 너머에 있었다. "보고슬로프 섬에 먹이가 풍부하다는 증거는 많습니다. 하지만 바다사자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어요." 버드가 말했다. 물론 미국 어류야생동물보호국에서 최고의 업무를 맡고 있다고 자처하는 그에게는 이 바닷가의 거의 모든 것이 흥미로울 것이다. 버드는 알래스카 국립해양야생동물보호구역의 최고참 생물학자로 미국의 국유지 중 가장 특이하고 가장 외딴 곳들 가운데 한 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대부분이 수직으로 가파르고 구아노로 뒤덮인 이 군도는 20개의 활화산은 물론 2500개의 섬, 절벽, 바위섬으로 구성돼 있다. 흩어져 있는 몇 군데 어촌과 군사기지 이외에 이 보호구역의 많은 부분은 사람들의 눈에 좀처럼 띄지 않는 원시의 야생지역이다. 그럼에도 이곳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바닷새 무리와 해양 포유동물이 모여드는 야생동물의 메카다. 4000만 마리가 넘는 바닷새(알래스카에 서식하는 전체 바닷새의 80%), 수천 마리의 바다사자, 해달, 물개, 바다코끼리가 북위도의 짧은 여름 동안 폭풍이 몰아치는 이 해안에 모여 휴식을 취하며 번식하고 새끼를 키운다. 이 보호구역의 대부분을 포함하는 알류샨 열도는 지구상에서 가장 풍성한 두 해양 생태계인 북태평양과 베링 해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다. 플랑크톤이 풍부한 바다는 수천 명의 어민과 가공공장 직원, 알래스카 원주민은 물론 엄청난 수의 해양 생물을 먹여 살린다. 그러나 이러한 외견상의 풍요에도 불구하고 이 보호구역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닷새와 해양 포유류는 엄청난 양의 물고기와 플랑크톤을 소비하기 때문에 해양 생태계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좋은 기준이 된다. 그런데 알래스카 서부에 서식하던 수천 마리의 1차 포식자들이 지난 50년간 자취를 감추었다. 북방물개는 절반 넘게 줄었고 해달은 75%, 바다사자는 80%가 줄었다. 이 동물들은 1997년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일부 과학자들은 베링 해의 수온이 약간 상승해 살찐 빙어나 청어보다는 명태처럼 가느다란 어종에 유리한 환경이 됐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과학자들은 동물 체내에 축적된 다량의 DDT나 PCB(폴리염화비페닐)를 의심한다. 이 독성물질들은 대기를 통해 북쪽으로 날아왔거나 섬에 있는 군사기지들에서 유출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매년 베링 해에서 약 200만 톤의 먹잇감을 포획하는 상업적 어업을 지목한다. 이는 미국 전체 어획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양이다. 이 문제는 3년 전 몇몇 환경단체가 멸종위기에 처한 해양동물을 보호하고 어민들을 규제할 책임이 있는 미국 국립해양어업국을 고소한 후에 첨예한 쟁점으로 부각됐다. 연방 판사는 환경주의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결과 해양어업국은 바다사자의 주요 서식지 주변 20해리 이내에서의 트롤어선 조업을 금지시켰다. 조업 금지 조치에 격분한 어민들과 알래스카 주 연방 상원의원 테드 스티븐스는 과학적 근거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스티븐스는 더 바람직한 계획이 만들어질 때까지 1년을 유보한다는 문구를 세출예산안에 삽입해 현재 조업 금지구역의 범위는 10해리에서 20해리까지 들쭉날쭉한 상태다. 스티븐스는 바다사자의 감소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새로운 연구에 4000만 달러가 넘는 예산을 책정했다. 바다사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놓고 아직도 열띤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버넌 버드 같은 과학자들이 단서를 찾기 위해 보호구역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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