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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거주자들의 숨겨진 놀라운 세계

글 : 존 바틀릿 사진 : 타마라 메리노

인간은 수백 년 동안 지하에 은신처를 마련해왔다. 하지만 오늘날 이 유구한 생활 양식이 새로운 위기에 봉착했다. 지구상에 몇 안 남은 지하 공동체들이 사라지기 전에 그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약 10년 전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자 본 협회의 탐험가인 타마라 메리노는 야영용 승합차를 몰고 뜨겁고 황량해 보이는 호주 심프슨 사막을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타이어 하나가 터져버렸다. 면적이 17만km²가 넘는 척박한 모래 언덕에서 차가 고장 나면 난처한 상황을 겪게 된다. 여름철 기온이 50℃를 넘는 데다 물이 귀하기 때문이다. 메리노는 길을 따라 가까스로 차를 몰았고 슬슬 마을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니 언덕 꼭대기에 볼품없는 금속 십자가가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려고 비탈을 기어오르자 아래로 널찍한 마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의 정교회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메리노는 금방 자신이 ‘쿠버페디’라는 외딴 오팔 광산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915년에 한 금 시굴자가 이 일대에서 오팔을 발견하자 돈 좀 벌어보려는 광부들이 이곳에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돌아온 군인들까지 이 열풍에 가세하면서 이들은 대낮의 맹렬한 더위를 피해 비탈을 파서 만든 굴집에서 살기 시작했다. 이 기발한 발상은 아예 문화로 자리를 잡았고 오늘날 2000명에 달하는 이 공동체의 구성원 대다수가 지하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환경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어요.” 메리노는 말한다.
 
가브리엘 구엘랑이 자택인 지하 동굴의 부엌에 앉아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쿠버페디 인근의 오팔 광산에 간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이 마을은 오지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대부분의 주민이 지역의 극심한 더위를 피해 굴집이라고 부르는 지하 주택에 살고 있다.
인간의 동굴 주거 역사는 수백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프리카에 살던 인류의 초기 조상들은 지하 동굴을 은신처로 삼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동굴에 암각화를 그리고 그곳에서 집단의식을 치렀으며 그렇게 지하 동굴은 단순히 피난처를 넘어 보금자리가 됐다. 메리노는 쿠버페디를 방문한 뒤 아직도 이러한 고대의 생활 방식을 고수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공동체들이 얼마나 견고한지 수치로 정확히 나타내기란 쉽지 않다. 2000년대 초 중국 중부의 산시성에서는 약 3000만-4000만 명의 사람들이 언덕 비탈을 파서 만든 ‘야오둥’이라는 지하 공간에서 살았다. 하지만 2010년의 추산에 따르면 도시로 인구 이탈이 이뤄지며 그 수가 300만 명쯤으로 대폭 줄었다. 수치가 정확히 어떻든 인간의 지하 생활이 갈수록  드물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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