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이 끝나지 않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컬러 사진들
글 : 케이티 켈러허 사진 : J. 베일러 로버츠 외 다수
오토크롬이 발명된 지 100년이 넘은 지금 한때 혁신적인 발명품이었던 이 사진들이 변질되면서 새로운 종류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1980년대 초, 본 협회의 사진작가로 활동하다 기록 보관자가 된 작고한 볼크마르 웬첼은 창고를 뒤지다가 우연히 섬세한 유리판들이 든 상자를 발견하고는 숨이 막힐 듯한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다. 대부분 엽서만 한 크기의 그 유리판들에는 20세기 초에 찍은 컬러 사진들이 담겨 있었다. 한때 아주 선명했을 장면들이 점점 훼손돼 희뿌연 눈송이 같은 모양들로 얼룩져 있거나, 빛 번짐으로 흐려졌거나, 오랜 세월 방치돼 있던 탓에 초현실적으로 변해 있었다.
상자 안에 든 이 사진들은 20세기 초 세상의 모든 색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벌어진 경쟁의 산물, 바로 오토크롬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세월에 따라 기이하게 변해버린 이 사진들을 보존하기 위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1907년에 프랑스 출신의 발명가 오귀스트 뤼미에르와 루이 뤼미에르 형제가 개발한 오토크롬은 그 당시 매우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이 기술은 얇게 펴 바른 감자 전분층 위에 은 감광 유제를 도포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증점제와 접착제, 옷감용 풀 등으로 널리 쓰이던 전분 가루는 당대의 채도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초록색과 주황색, 보라색으로 염색한 고운 전분 가루를 판 위에 흩뿌린 뒤 광택제를 칠해 고정했다. 사진기의 셔터가 열려 빛이 판에 닿으면 염색된 각 입자들이 가시 스펙트럼에서 각각 해당되는 색의 파장을 막아 밑에 있는 감광 유제가 투과된 빛을 수많은 작은 색점으로 만들어냈다.
암실에서 몇 차례 화학 처리를 거친 후 유리판 위에 나타난 투명한 이미지는 가까이에서 보면 점묘화 같았다. 하지만 뒤로 물러서서 보호를 위해 다른 유리 층을 한 겹 덧댄 판에 빛을 비추면 그림처럼 선명한 이미지가 드러났다.
오토크롬은 유리판을 사용하는 다른 유사한 기법들과 함께 컬러 사진을 만드는 주된 수단이었다. 그러다 1935년에 코다크롬 필름이 등장했다. 코다크롬은 그 자체로 감광성을 띠는 유제가 겹겹이 발린 필름이다. 필름의 시대에 본 협회가 소유한 유리판들은 세심하게 보존되지 않았다. 웬첼은 40년 넘게 본 협회의 현장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동안 동료들이 대부분 새로운 기술에 더욱 관심을 둘 때에도 오래된 사진의 가치를 알아봤다. 1960년대에 본 협회가 협회 소유의 소장품을 정리할 당시 웬첼은 버려진 유리판들을 집에 가져가 안전하게 보관했고 훗날 이를 기록 보관소에 돌려줬다. 나머지 유리판들은 잊힌 채 부식돼가다가 1980년에 본 협회 최초의 공식 사진 기록 보관자로 임명된 웬첼이 외부 창고에서 이를 다시 발견했다.
웬첼은 오래된 사진을 보존 및 분류, 전시하는 일을 사명으로 삼았고 그렇게 현재 본 협회의 ‘초기 컬러 사진 모음집’은 세계 최대 규모에 속하는 오토크롬 모음을 비롯해 약 1만 3000점의 유리판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큰 오토크롬 모음은 프랑스 파리 외곽에 자리한 알베르 칸 박물관에 있다.
하지만 남아 있는 다른 많은 초기 컬러 사진들과 마찬가지로 본 협회가 소장한 사진들은 빛과 열, 습기, 부적절한 보관 방법 등으로 인해 변질된 상태다. 유리판은 갈라지고 금이 갔으며 산화되고 있는 은 입자들로 인해 아메바 모양의 빛나는 주황색 반점들이 생겨났다. 오토크롬의 후속 기술인 ‘듀페이컬러’를 사용한 사진에는 ‘초산화 증후군’의 흔적을 나타내는 보라색 얼룩이 있다. 초산화 증후군은 유리판 사이의 필름 층에 영향을 주는 화학적 변질 현상으로 그 시큼한 냄새와 다른 유리판에 전염되는 특성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초산화 증후군은 “기록 보관소에 도는 전염병”이라고 본 협회 산하 사진 및 일러스트레이션 기록 보관소의 책임자 새러 만코는 말한다.
“생각해보면 사진술은 고작 150년밖에 안 된 비교적 최신 기술이에요.” 듀폰은 말한다. 게다가 소장품에 포함된 유리판들은 “아직 수명이 다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우리가 확인해볼 수 있는 특별한 과정에 있다”고 그녀는 덧붙인다.
비록 유리판들은 계속 변질되고 있지만 이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보존하는 것은 가능해졌다. 만코와 기록 보관자들은 2020년 미국 국립 인문학 기금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으로 3년에 걸쳐 소장품 전부를 디지털화했다. 현재 이 원본 유리판들은 온도 조절이 되는 저장소에 세심하게 정리돼 있다. 초산화 증후군의 영향을 받은 유리판들은 따로 격리돼 있으며 다수의 깨진 유리판들은 공들여 다시 이어 붙였다.
기록 보관자들은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리판들을 영원히 보존할 수는 없다는 점을 알고 있으며 그 사실에 크게 개의치 않아 한다.
“손상된다는 말은 늘 부정적인 인상을 주지만 유리판들은 발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해요. 한때 기록물이었던 것이 독특한 과학사 프로젝트가 된 것이죠. 우리가 지금 보는 이 이미지들은 사라져가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새로운 뭔가로 변해가고 있는 것일까요?” 듀폰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