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을 향한 꿈과 시련
글 : 마거릿 델 쥬디체 사진 : 뵈르게 오우슬란
칠흑 같은 암흑이 24시간 계속되는 북극의 겨울에 두 베테랑 탐험가가 북극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다. 한편 뒤늦게 출발한 또 다른 탐험가는 시베리아 앞바다에서 생사를 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유령이 나올 것 같은 곳이죠.”
신에게 버림받은 혀 모양의 땅, 시베리아의 아르크티체스키 곶에 대해 사람들이 내뱉는 첫 마디다. 바로 이곳에서 이번 북극 모험담은 시작된다. 이곳엔 바람 부는 날의 낡은 문짝처럼 삐거덕거리는 얼음과 북극곰 외엔 아무것도 없다. 조심하지 않으면 먹을거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배고픈 북극곰들의 먹이가 되기 십상이다(44구경 매그넘 총을 챙겨 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지구 맨 위쪽의 이 황량하기 짝이 없는 작은 땅 조각은, 한 가지만 빼고는 시베리아의 다른 변방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이 시대 최고의 탐험가들이 북극 원정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란 사실 말이다. 이렇게 환경이 혹독한 곳은 프로 탐험가나 오는 곳이지 아마추어나 세간의 관심 한번 받아 보려고 섣불리 모험에 나서는 사람이 올 곳은 못된다.
이 원정의 최대 난코스는 곶의 앞바다를 건너 북극을 향해 쭉 전진할 수 있는 단단한 얼음판에 올라서기까지이다. 모든 게 날씨에 달렸다. 비교적 수월한 구간이 될 수도 있고 죽음의 함정이 될 수도 있다. 때로는 해수면이 모두 얼어 있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모자이크처럼 조각조각 떠다니는 부빙들과 그 사이사이로 드러난 검은 바닷물이 수 킬로미터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2004년 도미니크 아르뒤앵이라는 유능한 프랑스인 모험가가 부빙 사이의 검은 물 속에 빠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험난한 구간을 결국 항공기의 도움으로 건너거나 악전고투 끝에 구조되어 돌아오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2006년 초, 6개의 북극 원정대가 아르크티체스키 곶을 출발지로 삼았다. 단독 원정에 나선 한 모험가는 곶 주변 환경을 접하자마자 바로 포기해 버렸고 다른 세 팀은 조난을 당해 헬리콥터로 구조되었다. 그래서 두 팀만 남았다. 뵈르게 오우슬란과 마이크 호른의 팀은 24시간 밤이 계속되는 북극의 겨울을 견디며 북극을 향해 965km 길을 가고 있었고, 시베리아에서 캐나다까지 1931km 거리의 북극해를 횡단할 계획이었던 토머스 울리히는 나중에 해가 좀 올라오면 단독 원정에 나설 예정이었다.
호리호리한 몸에 하얀 피부, 황갈색 머리와 기다란 팔을 가진 뵈르게(44)는 북유럽인 특유의 침착성을 지녔으며, 특히 철저한 준비성으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탐험가였다.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보조개가 있는 마이크(39)는 탄탄한 근육질 몸에 엄청나게 굵은 넓적다리를 가진 남아프리카 공화국 태생의 스위스인이었다. 열정이 넘치는 이 정력가는 자신의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자기를 화끈한 라틴계 사람처럼 생각하면서 즉흥적으로 일을 벌이는 스타일이었다. 토머스(39)는 작고 다부진 체격에 잘 웃고 수다스러운 스위스인으로 반짝이는 파란 눈을 가지고 있었다. 겉모습과 달리 강단 있는 그는 안전 문제에 있어서 철두철미했고 프로 알파인 가이드 출신답게 세세한 것까지 꼼꼼하게 잘 챙겼다.
다음은 그들의 원정 준비에 대한 얘기다. 양쪽 팀 모두 그 어떤 지원도 없었다. 개썰매도 없었고, 도중에 장비나 식량, 연료도 공수 받지 않았다. 살을 에는 맞바람, 화이트아웃(백시현상, 눈 덮인 땅 위로 눈보라가 쳐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땅과 하늘을 구별할 수 없는 상태), 영하 40℃의 혹한, 북극곰, 총빙(부빙이 한데 모여 얼어붙은 덩어리), 얼음 사이로 입을 벌리고 있는 바닷물 등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환경에 대비해 그들은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했다. 얼음판은 흔히 조각조각 갈라진 얼음섬들의 모자이크를 이루고 그 사이에 난 물길은 ‘리드’라고 부르는데, 리드는 북극 탐험가의 생존 문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리드를 만나면 우선 할 일은 두 얼음판이 맞닿는 지점을 찾는 것이다. 만나는 곳이 없으면 뛰어서 건너거나, (거리가 아주 멀 경우) 고무보트를 저어 건너거나, 방수복을 입고 헤엄쳐 건너야 한다. 뵈르게가 직접 제작한 폴리우레탄 소재의 방수복은 외투와 부츠 위에 덧입는 스타일로 발끝까지 원피스로 붙어 있다. 그 안은 공기가 밀폐되기 때문에 물 속에 들어가면 뜨게 된다.
그들은 스키를 신고 걸었다. 그리고 필요한 것은 모두 뒤에 끌고 갔다. 각자 캡슐 모양의 썰매 두 대를 로프에 일렬로 연결시킨 하네스(벨트)를 몸에 맸다. 썰매 두 대의 총 무게는 수백 킬로그램이나 나갔는데, 매일 식량이나 소모품을 쓰면서 점차 가벼워질 것이다. 썰매는 물에 뜰 수 있었고 바닥에 활주 부위인 러너가 있어 눈 위를 달릴 수 있었다. 그들이 챙긴 장비에는 텐트와 난로, 침낭, 진공포장된 식품, 휴대용 고무보트, 방수복, 조명탄 총, 44구경 매그넘 총, 위성전화, 예비 배터리, 포켓PC, 위치측정시스템(GPS) 등이 있었다. 마이크와 뵈르게는 리튬 전지로 작동되는 헤드램프로 어둠을 밝히며 길을 걸었다. 두 팀 모두 러시아에 있는 탐험기획자 빅토르 보야르스키의 지원을 받았다. 또한 스위스에서는 한스 암뷜이 캐나다우주국에서 제공하는 위성 영상을 받아 기상 상태와 탐험 경로의 날씨에 대한 정보를 매일 보내 주었다.
여기까지가 그들에 대한 소개이자 원정 준비 내용이다. 뵈르게와 마이크는 밤이 계속되는 1월에 먼저 출발했다. 토머스는 3월에 홀로 그 뒤를 따랐다. 다음은 이 세 사람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