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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과 계곡

글 : 크리스틴 에크스트럼 사진 : 프랜스 랜팅

인간의 접근이 어려운 잠비아 루앙과 계곡은 하마와 사자, 코끼리의 천국이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루앙과 강은 아프리카 남부에서 몇 안 되는 미개발 하천 중 하나로 굽이굽이 이어진 강 계곡을 먹여 살리고 보살피는 젖줄이자 보호자다. 800km 길이의 강에서 물을 공급받는 5만km2 면적의 사바나 삼림에는 하마와 코끼리, 기린, 사자, 표범, 아프리카물소를 비롯한 많은 동물이 잘 자라고 있다. 이곳에선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데, 특히 음푸웨 마을을 지나면 그렇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루앙과 강의 범람이 그 이유 중 하나다. 매년 우기가 찾아오면 강은 대지를 바꾸어놓는다. 무릎까지만 올라오던 개울이 세차게 흐르는 황토색 급류로 불어나 새로 물길을 내고 주변 평원과 삼림으로 흘러넘친다. 거의 반년간은 잠비아 동부의 드넓은 계곡을 차로 드나들 수 없다. 나머지 반년이 시작되면 물이 빠진 곳에 다시 활기찬 풍경이 펼쳐지며 기나긴 건기가 뒤를 잇는다. 기온이 꾸준히 올라가 대지는 열기와 갈증으로 가득 차며 서서히 메마른다.
10월 말 동물들이 풀을 뜯어 그루터기만 남은 범람원에 뜨거운 바람이 불면 푸석푸석한 땅바닥에서 회오리가 일며 흙먼지가 날린다. 해질 녘 하마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마지막 남은 깊은 물웅덩이를 빠져나와 어두운 덤불로 사라진다. 먹이를 구하려고 몇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놈들도 있지만 이 힘든 시기를 견디지 못하고 죽는 녀석들도 많다.
계곡의 야생동물을 괴롭히는 건 기후뿐만이 아니다. 인간의 행동은 더욱 위협적이다. 한때 사냥과 밀렵으로 하마와 코끼리 수가 급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감독을 강화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개체수는 회복됐다. 이렇듯 동물들이 다시 돌아온 사실에서 인간의 인내심과 자연의 복원력을 엿볼 수 있다.
11월이 되면 적란운이 몰려오고 하늘은 밤새도록 우르릉거린다. 어느 날 오후 호우를 예고하는 흙냄새가 세찬 바람에 실려오더니 시원한 회색빛 비의 장막이 대지를 휩쓸어버린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에 풀과 나무의 먼지가 깨끗이 씻겨 내린다. 불과 하룻밤 사이에 파란 새싹이 땅에서 돋아난다. 헐벗은 모파니 숲은 분홍빛 새순으로 아른거린다. 아카시아 가지에서 레몬 색 꽃이 불거져 나오고 연약한 거미백합은 평원을 흰색으로 물들인다. 코끼리와 물소는 고지대로 흩어져 어린잎을 뜯어먹는다. 임팔라는 새끼를 낳고 얼룩말은 새끼와 함께 덤불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첫 비가 내리고 며칠이 지나자 붉은부리황새(흰배황새) 수천 마리가 나타나 하늘 높이 원을 그리며 날아다닌다. 황새들은 남쪽으로 이동하는 중인데, 녀석들이 비를 가져온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일제히 머리를 까닥대며 풀밭에 내려앉은 황새들이 널따랗게 줄지어 움직인다. 물과 함께 돌아온 개구리와 벌레를 찾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계절이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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