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인스타그램 보기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키즈

매거진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얼음인간

글 : 스티븐 S. 홀 사진 : 사노 카즈히코

과학자들은 알프스에서 발견된 5000년 된 미라를 찔러보고, 쑤셔보고, X선 촬영을 해봤다. 그들은 그가 살해되었다고 생각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때는 늦봄이거나 초여름이었다. 현재 이탈리아쪽 알프스 산맥을 향해 북으로 뻗은 가파른 계곡에 구미새우나무라는 나무가 있었는데 이 평범한 나무에 연노랑 꽃송이가 조롱조롱 매달려 있었다. 남자는 익숙한 숲을 황급히 빠져나갔다. 다친 오른손의 통증 때문에 움찔하기도 하고, 이따금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추적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비탈길 위로 달아났고 구미새우나무의 노란 꽃가루는 투명한 빗방울처럼 떨어져 그가 잠시 쉬면서 먹은 물과 음식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로부터 5000년이 지난 지금, ‘얼음인간’이라 불리는 이 신석기 사냥꾼의 몸 속에는 고대의 꽃가루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 미세한 흔적은 그가 이 숲을 빠져나와 근처의 산으로 들어가 죽음을 맞이했던 때가 연중 언제였는지를 알려준다.
1991년 등반가들이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접경지대인 외츠탈 알프스 고지의 바위 협곡에서 미라가 된 그의 시체를 발견한 이후 과학자들은 최첨단 도구와 기발한 분석 방법을 이용해, 온전히 보존된 가장 오래된 인류의 일원인 얼음인간(‘외치’라고도 함)의 생애와 시대를 재구성해왔다. 그는 키가 작고 근육질이었으며, 당시로서는 꽤 나이가 많은 40대 중반이었다. 귀한 동도끼가 함께 발견된 것으로 보아 그는 사회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옷을 세 겹으로 껴입고 곰 가죽으로 바닥을 댄 튼튼한 신발을 착용하고 여행을 떠났다. 끝에 부싯돌이 달린 단도, 불을 지필 때 쓰는 간단한 도구, 단풍나무잎에 싼 불씨가 담긴 자작나무 통을 단단히 챙겼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는 제대로 무장도 하지 않은 채 거친 황무지를 향해 갔다. 그의 사슴가죽 화살집에 들어 있던 화살들은 만들다 만 상태로, 화살이 다 떨어져 급히 화살을 다시 만드는 중이었던 듯하다. 그리고 그는 미완성된 큰 활로 보이는 거친 주목을 가지고 길을 떠났는데 아직 활 시위를 걸 부분에 칼집을 내지도 않은 상태였다. 왜 그랬을까?
얼음인간에 관해 숱한 의문과 거기에 답하는 수많은 추측이 제기되어왔다. 과학자들이 16년 동안 시체를 쑤셔보고, 찔러보고, 절개하고, X선 촬영을 하면서 갖가지 추측들을 내놓았지만, 온갖 추측들은 그가 입고 있던 남루한 옷만큼이나 오래 가지 못했다. 그는 한때 길 잃은 양치기로, 한때는 무당이나 인간제물로, 심지어 철저한 채식주의자로 오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추측들은 얼음인간에 관해 과학자들이 최근에 밝혀낸 가장 놀라운 사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 알프스 산등성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우리는 얼음인간이 시체가 발견된 바로 그 바위 협곡에서 살해당했으며 즉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포토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