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공통전염병
글 : 데이비드 콰멘 사진 : 린 존슨
인수공통전염병이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면 세계적 규모의 유행병이 돌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치명적인 신종 바이러스들을 추적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1994년 9월 호주 브리즈번 근교. 경주마들 사이에 괴질이 돌기 시작했다. 헨드라 마을은 경마장, 마구간, 경마예상표를 파는 가판대, ‘여물통’ 같은 이름의 모퉁이 카페들, 경마업에 종사하거나 경마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이는 조용하고 오래된 동네였다. 최초의 희생자는 새끼 밴 암말 ‘드라마시리즈’였다. 마을 외곽의 초원에서 이상 증세를 보이자 진찰을 위해 전담 조련사의 마구간으로 데리고 왔지만 증세는 계속 악화되었다. 조련사, 마구간 관리인, 수의사 세 사람이 매달려 말을 살리려고 애썼지만 이틀 만에 드라마시리즈는 죽고 말았다. 사인은 오리무중이었다. 뱀에 물렸을까? 잡목이 무성한 초원에서 독초를 먹은 걸까? 2주 뒤 같은 마구간에 있는 말들 대부분이 쓰러지자 그런 추측들은 무의미해졌다. 뱀이나 독초 때문이 아니었다. 전염성이었다.
다른 말들은 발열, 호흡곤란, 안면부종, 마비 등의 증세를 보였고 코와 입으로 거품 같은 피를 내뿜는 말들도 있었다. 수의사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며칠 사이 12마리가 더 죽었다. 그러던 중 조련사가 앓기 시작했고 마구간 관리인도 이상 징후를 보였다. 하지만 수의사는 똑같이 위험한 상황에서 일했어도 개인위생에 철저히 신경 쓴 덕분에 병에 걸리지 않았다. 조련사는 며칠 뒤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신장이 기능을 상실했고 호흡 마비가 일어났다. 혼자 조용히 열을 내리려고 집으로 간 마음씨 좋은 마구간 관리인 레이 언윈은 목숨을 건졌다. 작년에 나는 헨드라를 찾아가 수의사와 관리인에게 당시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이제는 중년의 일꾼이 된 레이 언윈은 적갈색 말총머리에 눈에는 고단함과 우수가 깃들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원래 ‘투덜이’는 아닌데 그 일이 있고부터 건강이 ‘영 아니었다’고 말했다.
실험실 분석 결과 말과 사람들이 미확인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처음에 실험실 사람들은 사람에게 홍역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비슷하다고 해서 말 홍역바이러스라고 불렀다. 나중에 이 바이러스가 새로운 종류로 판명나자 발병 지역의 이름을 따서 ‘헨드라바이러스’라고 명명했다. 수의사 피터 리드는 “바이러스가 말들 사이에 믿기 어려울 만큼 순식간에 퍼져나갔다”고 내게 말했다. 괴질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는 말 일곱필이 고통스럽게 죽거나 발병 12시간 만에 안락사시켜야 할 정도였다. 그중 한 마리는 너무 심하게 몸부림을 치고 헐떡거려 리드가 다가가 안락사 주사를 놓을 수도 없었다.
병리학적 이해는 고사하고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헨드라 미스터리’를 풀려면 이 신종바이러스의 정체부터 밝히는 것이 급선무였다. 2단계는 바이러스의 잠복장소를 추적하는 것이었다. 어디에 숨어 있다가 나타나 말과 사람을 죽였을까? 3단계로 좀 더 심도 깊은 질문을 던져야 했다. 어떻게 은신처를 벗어났고 왜 지금, 여기에 나타났는가?
1차 인터뷰가 끝나자 피터 리드는 차를 몰고 드라마시리즈가 처음 이상 증세를 보인 장소로 나를 데리고 갔다. 깔끔하게 정돈된 주택단지는 옛 풍경이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원래 초원이었다. 그런데 동네 어귀 캘리오프서킷이라는 곳 한가운데에 다 자란 토종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오롯이 서 있다. 그 암말은 호주 동부의 뜨거운 아열대 태양을 피해 이 나무 그늘에서 쉬었으리라.
“저거예요.” 리드가 말했다. “저게 그 망할 나무죠.” 박쥐들이 모여들던 나무라는 뜻이었다.
전염병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 전염병은 우리가 생태계라 부르는 복잡한 체계 속에서 개체와 개체, 종과 종을 잇는 천연 회반죽 같은 것이다. 또한 포식, 경쟁, 광합성과 함께 생태학자라면 기본적으로 연구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포식자는 먹이를 바깥에서 몸뚱이째 잡아먹는 비교적 큰 동물이다. 병원균(바이러스같이 질병을 일으키는 인자들)은 먹이 속에 기생하면서 먹이를 죽이는 상대적으로 작은 동물이다. 전염병이 무시무시하고 끔찍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사자가 누, 얼룩말, 영양을 잡아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그러나 상황이 늘 한결같지는 않다.